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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장례식 삶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나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글로 써 봤다. #우리는모두죽는다는사실을잊지말아요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아낸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아빠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겠다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한다. 불편하게 왜 이걸 달아놨냐며 소변줄과 심전도 측정기, 주사 바늘을 잡아 뽑는다. 그래서 결국 손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신체 보호대 이용 동의서를 써달라는 간호사의 연락에 가족 모두가 울었다. 종일 침상에 양팔이 묶여 있을 아빠 생각에 가슴이 타들어갔다. 하루 두 시간의 면회가 손이 자유로운 유일한 시간. 정신 없는 와중에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딸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던걸까? 어느 날, 입원실에 들어선 내 얼굴을 보자마자 양손이 묶인 아빠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연기하고 있는거야. 수갑 찬 연기!” 가슴 아픈 현실에도 익숙해지면 웃을 일이 생긴다. 한 번은 휠체어타고 바람 좀 쐬러 나가자하니 아빠가 ”그럼, 요 밑에 내려가서 담배나 한 대 필까?“ 한다. 내가 웃으며 ”그럴까?“ 하니, 아빠가 손날로 당수 자세를 취하며 “에라이~” 한다. 우리는 함께 소리내어 웃었다. 섬망인가? 농담인가? 헷갈리며 희망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80대아빠병원일기 #섬망
그 때는 언제 다 키우고 혼자 여행다니나 했는데, 돌이켜보니 시끌벅적 애들 키우고 살 때가 내 인생 황금기였다. 가장 좋았던 건, 그 땐 부모님도 젊었다는 것. ‘너희만 잘 살면 된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어서, 마음 편히 우리끼리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
12화, 이 대사에 모든 메시지가 다 들어있었다…… 라고 나는 생각해. #모두가자신의무가치함과싸우고있다 #명대사
14J 웬일로 앞자리가 비었지? 아싸! A B C …..H J K ㅛㅛㅛ 10 ㅛㅛㅛ ㅛㅛㅛ 11 ㅛㅛㅛ ㅛㅛㅛ 12 ㅛㅛㅛ ㅛㅛ 14 ㅛㅛ 설레는 마음으로 14J에 도착해보니 실제 좌석은 이런 모양새다. ㅛㅛㅠ 오른쪽 끝인 줄 알았던 내 자리 옆에는 승무원 점프시트가 있어서 사실상 가운데 끼인 자리였고, 접이식인 승무원 의자는 승객석과 틈이 벌어져있어, 14열은 일반석중에서도 가장 좁은 일반석이었다. 가뜩이나 좁은데 옆좌석 여성이 앉자마자 턱 하니 팔걸이를 선점했다. 어깨를 움츠려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았다. 뺨을 크로스하고 앉은 남자 승무원에게서 좋은 향수 냄새가 난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륙 후 좌석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승무원에게 물었다. ”빈자리로 옮겨도 될까요?“ 14J 있다가 12K 창가석으로 옮기니 비즈니스 클래스가 부럽지 않다. 역시 행복은 상대적이다. 오늘은 류시화 님의 여행 에세이집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을 들고 이동중이다. 커버가 예뻐서 남들이봐도 흐뭇하고, 비행기나 지하철에서 읽으면 나도 세상을 떠도는 순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책을 읽다가 졸다가 상념에 잠겼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눈 앞에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파도가 아니라 구름과 어우러진 산맥이다. #아빠만나러가는길
드러나는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나를 증명하거나 변호하는 데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어진다. #동백동산
뭔가를 이루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꽃샘바람에흔들린다면너는꽃 #언제나흔들리는나는꽃 #제주북카페
벌써 6개월이 끝나간다. 서진이는 그간 어디서도 배우지 못 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단다. 인간의 다양성, 그 다름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법. 사우나 하는 법. 자는 친구 옆에서 노래하는 법 여유를 즐기는 법. 스스로를 이해하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법. 서로를 응원하는 법. … 한국의 친구들이 이렇게 살아볼 기회가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단다. 그래서 이런 학교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틈틈히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호이스콜레는 입학 시험이 없다. 영어로 의사 소통만 어느 정도 가능하고 돈만 내면 갈 수 있는데 비용이 문제라면 원하는 학교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문의 해보시길. 서진이는 학기가 끝날 무렵 담당 축구 코치의 주선으로 다음 학기 80% 장학금을 제안받았단다. 왜 주시는 건지 모르지만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뭔가를 이뤄낸 아들이 대견하고 하나뿐인 동아시아인 유학생을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학교에도 참 감사하다. 언제나 느끼지만 인생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하다. 아들이 그 사실을 직접 삶으로 경험하고 있어서 기쁘다. 영상 출처 : 이서진Sean (youtube) #서진근황 #덴마크 #포크하이스쿨 #폴케호이스콜레
다행히 친구들이 목발도 구해오고, 진통제도 갖다주어 버티고 있단다. 이것이 무상 복지의 맹점인가? 아니면 과잉 검사를 하지 않고, 최대한으로 자가 치유를 돕는 덴마크 만의 의료 스타일인가? 아이가 혼자 얼마나 두렵고 걱정될까? 재활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부상인가? 만약에... 만약에..... 마음이 온갖 스토리를 지어내려 시동을 건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아들에게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까 괜히 이런저런 걱정 하지 말고 부기 빼는 데 집중해. 이참에 푹 쉬면서 책이나 좀 읽고.“ 3,4일 만에 연락이 왔다. 통증과 붓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소식이다. 학교 물리치료사가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발목이 굳어질 수 있으니 통증이 심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조금씩 걷는 게 좋다고 하셨단다. 2주일이 흘렀다. 어젯밤 보이스 톡 넘어 서진이의 목소리가 밝다. 친구들과 미트윌란 홈경기 보러 가는 중이란다. 이제 슬슬 러닝을 해 봐도 좋을 정도가 됐고, 재활도 열심히 하고 있단다. 결과적으로 큰 부상이 아니어서 하는 말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받을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했을 것이다. 붓기 때문에 영상 판독이 어려웠을 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병원 저 병원 돌았을지도 모른다. 손을 쓸 수 없이 먼 곳에 있는 덕분에,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릴 수 있었다. 어쩌면, 다 큰 자식 곁엔 걱정 많은 부모보다, 웃음을 주는 친구들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발목부상에대처하는덴마크인들의자세 #포크하이스쿨
새벽에 잠을 뒤척이다 김포행 비행기 표를 샀다. 웃고 떠들다가도 문득문득 밀려오는 가슴의 묵직한 느낌. 그 느낌에 익숙해지고 무뎌질까봐, 틈 날 때 마다 아빠를 만나러 간다. 아빠는 대략 60년간 하루 반갑 정도의 담배를 꾸준히 피우셨다. 거북선, 솔, 한라산, 88라이트를 거쳐 최근엔 에쎄 라이트를 피우셨다. 전립선 암 4기 진단을 받았을때도 금연의 의지가 전혀 없으셨다. 죽는 날 까지 담배를 물고 죽겠다는 아빠의 신조를 존중한답시고, 나는 공항에 올 때마다 담배를 사다 드렸다.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모시고 갔던게 불과 50일 전이다. 4일만에 자발적 퇴원 동의서를 쓰고 나온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빠는 슬쩍 담배 한 개피를 들고 사라지셨다. 엄마와 나는 눈을 흘기면서도 한 편으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 것 같아 안심했다. 그게 아빠 인생의 마지막 한 개피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제 아빠는 다시 걸을 수 없을 것 같다. 심부전, 만성폐쇄성호흡기 질환, 몸 곳곳에 퍼져있는 암으로 추정되는 흔적들, 노화와 섬망. 자존심하나로 살던 아빠의 정신이 몸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담배를 물고 생을 마감하겠다던 아빠의 호언장담은, 호흡 곤란의 공포와 발달한 의술 덕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됐다. 아빠의 고통에 내가 한 몫 보탠 것 같아, 면세점 앞을 지나는데 눈물이 난다.
이 닭의 이름은 돼지다. 동네 청년 쑨이 길에서 주워온 닭이다. 양계장 차에서 떨어졌는지, 혼자 어디선가 탈출을 했는지 모르겠다. 차도를 걸어다니고 있길래 위험해 보여서 데려 왔단다. 동네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키워야 하냐? 뭘 먹여야 하냐고 물으니…. 그냥 잡아 먹으라고 하셨단다. ㅋㅋㅋ 카페 주방 정리를 하다가 뜯지도 않은 오트밀이 한통 나왔다. 돼지 생각이 나서 들고 갔더니, 뭔가를 아는 듯이 통에 달려들어 부리질을 한다. 안 본 사이에 부쩍 자랐다. 얼마나 잘 먹였는지 뽀얗게 귀티가 난다. “길을 잃고 헤메다가 귀인을 만났구나.” 오트밀을 한 웅큼 뿌려주고, 먹는 모습을 구경하며 돼지의 기막힌 인생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마당을나온수탉 #선흘리사람들
배가고파 계란 후라이나 하나 해 먹을까 하다가, 싹이 나 있는 감자가 눈에 띄여 잘라 굽기로 했다. 감자를 들고 싱크대로 가니 설거지 거리가 있다. 설거지 전엔 건조대를 치워야 하기에 쌓여 있는 컵과 그릇을 제 자리에 정리하고 물기가 남은 컵을 마른 행주로 닦았다. 다 쓴 행주를 모아 둔 통이 꽉 차 있어 색깔 행주는 세탁기에 돌리고 하얀 행주들은 뜨거운 물에 세제를 풀어 담가둔 뒤 드디어 감자를 씻는다. 기왕이면 토마토도 하나 구울까? 싶어 냉장고 문을 여니 고장이 났는지 냉기가 전혀 없다. 코드를 뽑았다 꽂았다.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다 AS 센터에 전화를 했다. 주소를 물어보는데 북선로라고 하니 계속 북을 국으로 알아듣는다. 동서남북 할 때 북이라고 해도 짜증까지 내가며 ”뭐라구요?“ 를 반복한다. 모든 질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모른다고 답하는 AS센터 직원과 한참동안 실랑이를 한 후 제미나이를 열어 자가 점검법을 살펴본다. 몸만 어른이 되어 아무런 의욕도 의지도 없이 출근 도장을 찍고 앉아 있을 어린 직원을 떠올리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한탄을 하다가 이어폰을 꼽고 듣다만 오디오북 <독학이라는 세계>를 재생시켰다. 감자를 잘게 썰어 올리브유에 굽고 다 익을 때 쯤 계란 두개를 넣어 스크램블 한 후 그릇에 담고 토마토를 볶는다. 치즈를 뿌리려다 유통 기한이 다 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왠만하면 그냥 먹지만) 어제 뜨뜻한 냉장고에 하루 묵은 것을 감안해 버릴 것들을 한 차례 버린다. 쓰레기 봉지에 날파리가 보여 밖으로 내 놓는 김에 이곳저곳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모아 함께 내 놓는다. 손을 씻고 음식을 챙겨 앉은 후 사진을 찍고 몇 포크 먹다가 또 이렇게 인스타에 수다를 떨고 있다. 일의 우선 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대로 해치우다가 이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려버렸다. 함부로 진단할 일은 아니지만… 성인 ADHD에도 경계선이 있다면, 아마 나. #여유로운것같으면서도무척분주한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