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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시집서점(DM 회신 늦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271-1, 동양서림의 나선계단 위(혜화동로터리) + 평일 11시-20시 30분 토요일 11시-20시 일요일 13-18시 + 이메일: witncynical@gmail.com 전화: 0507-1322-6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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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January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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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년맞이 프로젝트] <‘새내기’를 위한 추천 시집 목록 by wit n cynical>을 공개합니다. 2025년 1월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은 시인과 평론가에게 ‘새내기’를 위한 추천 시집을 각 2권씩 부탁하여 받고 이를 목록으로 만들어 정리합니다. 그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집 세 권을 공개합니다. 전체 목록은 위트 앤 시니컬의 프로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고민 끝에 추천인 명단은 밝히지 않습니다. 도움을 주신 시인 평론가분들께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새롭게 시작한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조건 건강하세요. -위트 앤 시니컬 올림.

2025년 01월 25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13, 2025. May be an image of ‎diary, tablet, book, computer keyboard, calendar, mouse pad, crossword puzzle and ‎text that says '‎CpS oslock ock 3 F3 W shift A و 4 4 E Kd S 응 5 2 R D T 6 F6 F おな WPd c G ቼ H B 小會 N M 우울과 우울과경청 경청 01 우 우스. 맥 저 참비시선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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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출근인사 가톨릭의 기도 중 성모송Ave Maria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해 빌어주소서.” 이 기도를 처음 배울 때에 나는 나의 죽음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기도는 유예되었고 지금-당장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맞댄 두 손바닥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모 성당의 나무 의자는 딱딱하고 차가웠다.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수녀님의 엄한 표정이 조금 무섭기도 했고. 오늘 아침에 버스에 앉아 이제는 부드러워진 볕 아래서 기도를 할 적에 나는 죽음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 때문은 아니다. 살아온 시간의 축적과는 연관되어 있겠지. 나는 자꾸자꾸 죽는다. 죽었다고 다시 태어나진 않는다. 반복되는 죽음 가운데에 살아간다. 이따금 더 살아 있을 때가 있을 뿐이다. 요즘은 망각보다 실각이라는 생각을 더 자주한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게 나의, 살아가는 사람 이미지. 그런 주제에 구름을 보고 꽃을 살피고 바람을 느끼고 비와 눈을 맞는다. 읽고 쓰겠다 그런다. 맞댄 두 손바닥보다 더 따뜻한 자리에서 대단히 많은 것들이 온건해졌다. 내가 미워하는 일들을 위해 기도했다. 나를 미워하는 일들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죽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에는 좀 낙담했다. 그렇다고 나아진 내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다. 그저 한 번 더 죽었을 따름이다. 비틀비틀 서점으로 간다. 축복이 필요하다. 요조는 어느 순간 간절이, 요청이 지겨워 기도를 그만두었다 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어 다시 기도한다고 했다. 기도하기도 기도하기를 관두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오늘은 『사진과 시』(아침달, 2024)를 꺼내어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쌀쌀해지고 손이 시려우니 이 책 생각이 났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볼 때 무척 간절해져서 뭘까 싶었다. 그렇다는 건 내 내력을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어머니 혼자 아슬하게 견디는 내 출처로부터 겨울만큼의 나약을 발견한다. 단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다. 기다린다 알아주기를 당신이. 내가 사랑하는 나의 꼬마들 중 어느 누가 이 책을 읽어줄 때까지 이 책이 버텼으면 좋겠다. 그러나 정작 서점에 와서 내내 읽은 건 이민하 시인의 새 시집이다. 『우울과 경청』(창비, 2025)라니. 다른 누구도 아닌 이민하의 시집 제목이라서 나는 이 제목이 너무 좋다. 한편 선배가 아주 멋지게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너무 좋다. 이제는 이런 것만이 부럽다. 이 자연스러운 또 편안한 어긋남, 마치 주머니를 뚫고 나온 송곳 끝을 매만지는 손끝의 인자한 위태로움을 어떤 날 밤엔 울면서 읽게 될 것이다. 선배의 내력을 생각한다. 선배가 품은 조용한 방을 떠올려본다. 그것이 이민하 경청의 주체일 것이다. 그곳(그것)을 들으려면 눈을 감아야 하고(해설, 전승민), 눈을 감아야 들리기도 하고, 둘은 인과관계 없이 같은 행위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잊힘과 무관하게 이어지고 이어지는 유구한 시라는 것이 있단다. 몹시 늙은 뒤에 또 나는 나의 꼬마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시집의 구매는 월동의 준비가 될 거야. 눈이 내릴 어떤 날 네가 떠올릴 시를 위해 여기에 옮겨둔다. - 신세계 - 그해 겨울 세상이 다 덮일 만큼 눈이 내려서 눈싸움을 하다가 그런데도 겨울이 끝나지 않는구나 일기예보만 보다가 모르는 교통수단이 운행되고 모르는 경작 방법이 도입되고 겨울을 먹고 겨울을 싸고 겨울을 달리고 겨울을 멈춰도 인생이 다 덮일 만큼 겨울이 쌓여서 겨울잠만 자다가 그런데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구나 이제는 눈에서 눈을 뗄 수 없고 눈에서 삶을 뗄 수 없구나 눈으로 일기를 쓰고 눈으로 편지를 쓰고 눈으로 시를 쓰다가 눈은 뭉치기에 좋은 것 눈은 뭉개기에도 좋은 것 눈옷을 입은 소녀들이 발을 구르며 빙글빙글 춤을 추고 눈밭 위의 소년들이 희끗희끗 씨를 뿌리고 연인들은 눈꽃으로 부케를 만들고 반려견들은 눈길 위로 웨딩 카를 끌고 눈으로 밥을 짓고 눈으로 집을 짓고 눈으로 이름을 짓다가 그러고도 남은 눈은 사람을 만들었다 눈은 뭉치기에 좋은 것 눈은 뭉개기에도 좋은 것 눈옷을 입은 소녀들이 발을 구르며 빙글빙글 춤을 추고 눈밭 위의 소년들이 희끗희끗 씨를 뿌리고 연인들은 눈꽃으로 부케를 만들고 반려견들은 눈길 위로 웨딩 카를 끌고 눈으로 밥을 짓고 눈으로 집을 짓고 눈으로 이름을 짓다가 그러고도 남은 눈은 사람을 만들었다

2025년 11월 14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11, 2025. May be a Twitter screenshot of text that says '대산문학상에 시인 신해욱· 신해욱·소설가 소설가 이기호 극작가 주은길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신해욱(51), 소설가 이기호 호(53), 희 곡 작가 주은길(31) 번역가 김지영( 44)가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은 1... moл: 대선문학상 수신화기지간의회 2025 M 주은길 극작가 대산문학상에 이기호 설가·신해욱 연합뉴스 2일 전 네이버뉴스 제33회 대산문학상 수상자에 신해욱·이기호·주은길이김... 신해욱· 한국경제 2일 전 네이버뉴스 관련뉴스 13건 전체보기 헤럴드경제 1일 전 네이버뉴스 대산문학상에 신해욱· 이기호 신해욱·이기호.. 신해육·이기호·주은길·김지영 주은길 김지영 선정 시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등 12월 5일 시상식.. ..부문별 상금 5 000만원 신해욱 시인. [대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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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라라라란! 짜잔짜잔짜잔짠짠!!신해욱 대산문학상 수상!!!!! 어떡하니 ㅠㅠㅠㅠ 너무너무너무나 축하드려요!!

2025년 11월 12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10, 2025. May be art of poster and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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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출근인사 동인이기도 한 승언은 참으로 아끼는 시인이고 후배이고 동생이고 인격체로, 나는 그를 가끔 ‘놈’이라고 부른다. 고집이 쇠심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놈’이라 부를 것까지 있나 싶겠지만, ‘놈’이라는 의존명사에는 낮잡는 말뿐 아니라 귀여움을 표시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둘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승언에게 더없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승언의 어떤 고집은 참으로 ‘놈’ 같고 또 어떤 고집은 ‘놈’ 같고, 내가 그를 ‘놈’이라 이를 때 그것이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는 내 마음만 아는 것이다. 승언‘놈’이 또 제 고집을 꺾지 아니하고 ‘책’을 펴낸다. 시스템 밖으로 걸어나가서, ‘독립출판’한다.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시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코덱스codex를 굳이 ‘책’이라 하는 까닭은, 대개의 시인들이 시를 쓸 때의 마음, 규정될 수 없는 쓰기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자극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묶음이기 때문이다. (어제자 출근인사가 조금은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제한된 수량-상업적 코드로는 한정판이겠으나, 의도가 다르므로 그렇게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만이 제작될 것임은 빤한 일이다. 내 개인적 애정 같은 것 다 접어두고, 시집이 나아갈 길이 이쪽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될 때 위트 앤 시니컬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러나 계약에 꽁꽁 묶여 있는 현재, 이 길을 따라 걸어볼 시인을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터다. 그러므로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다. 바틀비 같은 놈. 주문이 너무 많아서 이번 주까지만 주문을 받는다 하니 놓치지 마시고 구매하시길. ‘책’의 제목은 『시체 공산주의』이고 적은 수량에 따른 제작비 부담 때문에 22,222원이라는 값이 붙었다. 판매 방식이 다소 복잡하므로 관련된 구매 가이드와 구매 링크를 프로필에 옮겨둡니다. 구매 전 꼭 먼저 가이드를 읽어주세요. - 쓸 글이 많아 읽기가 어려운 요즘 버스 안에서의 독서가 어쩔 도리 없이 일상이 되었다. 어젯밤엔 이런 문단을 읽었다. “소설 독자가 소설을 읽는 방식은 한 편의 시 속에 침잠하는 사람이나 한 편의 극을 따라가는 사람과는 다르다. 소설 독자가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과 다른 점, 심지어 시를 읽고 있는 사람과도 다른 점은 그가 혼자라는 데 있다. 극을 관람하는 사람은 다수의 관객들 사이에 있으니 그들의 반응에 관여하게 되고, 시를 읽는 사람은 자기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기가 읽는 시의 의미를 말로 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설 독자는 혼자 읽는다. 아주 오랫동안 혼자 읽는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읽은 것을 독차지한다. 소설 독자는 극을 관람하는 사람이나 시를 읽는 사람에 비해 질투가 심하고 독점욕이 크다. 그에게는 소설을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마음, 그야말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벽난로 불이 장작을 불태우듯, 그는 자기가 읽는 소설을 먹어 없앤다. 작품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은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불길을 살리는 바람의 흐름과 매우 흡사하다.” -발터 벤야민, 새뮤얼 타이탄 엮음, 김정아 옮김, 『이야기꾼 에세이』(현대문학, 2025) 이야기를 사랑하는 벤야민 선생은 소설가의 독서(더 나아가서는 “소설의 가장 불가사의한 선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시의 명랑한 수다함,에 관심을 갖고 만다. 시는 인간이 느끼는 경이를 감춰놓고 있다. 아주 얕게 덮은 흙 아래 그것-보물상자가 있다. 시는 아무것도 태우지 않는다. 태운다면 시인 자신 스스로를 불사른다. 재가 되어 시만을 남긴다. 시는 아무것도 독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노래다. 리듬을 가지고 있어서 노래인 것이 아니라, 공유 방식의 측면에서 노래이다. 시 독자는 혼자 읽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 잠깐을 영원이라 여기며 혼자 읽은 것을 공동의 사유, 감각으로 삼는다. 그런 방식으로 시인은 외떨어져 있다. 고독하고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쓸쓸하다. 우리는 시만을 남겨둔다. “‘보기 좋아’하고 생각한다.”(「이야기-그것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부분) 그것을 놓고 돌아선다. 아슬아슬하게.

2025년 11월 11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9, 2025. May be an image of toy, book and text that says '플레인워터 앤카슨 장유원& 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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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출근인사 주지하다시피, 겨울엔 주머니가 많아진다. 겨울엔 온 주머니를 더듬게 된다. 핸드폰이 어디 있지. 이게 뭘까. 아 노트구나. 겨울에 나는 주머니마다 번호를 붙이려 한다. 코트 왼 주머니는 1번 오른 주머니는 2번. 3번은 바지 뒷주머니 통합해 4번은 바지 오른 주머니. 이와 같은 식으로. 각각의 번호에는 그에 걸맞은 사물을 집어넣고 집을 나선다. 버스 정류장에 서면 주머니 번호를 까먹는다. 버스에서 내릴 즈음에는 온통 뒤죽박죽이고, 핸드폰이 어딨더라. 버스에서 내리면 잠시 사색이 된다. 지갑이 어디 갔지. 물론 지갑은 3번 주머니에 있다. 3번인지 아닌지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빼빼로데이인 줄로만 알았다. 이런 정신으로는 주머니가 아무리 적어봐야 소용없다. 에코백에, 온 사물을 때려넣고 다니는 여름이 그립다. 물론 나는 에코백 하나만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런 건 부러우니까. 아참. 바지 왼쪽 주머니는 배제하기로 한다. 주머니, 하면 나는 꺼내는 걸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돈을 벌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시집서점을 하는 건 아닐까. 이따금 상상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시집서점을 했다면, 그러니까 위트 앤 시니컬 조건의 서점 말이다, 돈을 벌었을까. 내 주변엔 야무지게 서점 일을 해낼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라면 좀 벌었을까. 피차일반일 거라고 우기고 나면 속이 좀 편해지지만, 실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핏기가 오른발 새끼발가락 쪽으로 쑥 빠져나가는 기분에 시달린다. 벌거나 벌지 못했거나 하여간 내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건네면 방긋 웃고 기꺼이 받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한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그러곤 잊지 않고 되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가깝다. 그런 공동체의 지구 대표가 서점 아니겠는가. 밤마다 이리저리 뒤척이면서도 서점지기는 내 팔자일지도 모른다. 그런 가정은 도로 나를 우쭐하게 만들고 오른발 새끼발가락 구멍을 꼭 틀어막는 것이다. 그러니 주면 받자. 받고 언젠가 잊지 않고 돌려주기. 나의 사랑은 범박하고 통속적이야. 권이 그리워 앤 카슨의 책을 꺼내온다. 『플레인워터』(난다, 2025)는 제멋대로의 책이다. 뒤적거리다 보면 절로, 제목 값하는구나, 중얼거리게 된다. 이런 책이 세상에 있는지 모르던 어떤 시절에 나는 나를 저자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런 책’만을 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책이란 말 그대로의 ‘책冊’으로 ‘서書’와 달리 감각과 사유의 묶음, 날-부림의 묶음이다. 그 안에는 희곡도 있고 시도 있고 소설도 있고 논문도 있고 더러 무엇이라 정의하기 어려운 글도 있고 그것 전체가 나를, 더 나아가 인류와 세기의 일부를 규정하여야 한다고. 밑천이 자잘하고 그릇의 크기가 종지만도 못하여, 무엇보다 두려움에 결국 시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을 오만하고 도도한 앤 카슨 선생은 진작에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해하는 『플레인워터』다. 난데없으며 분명 저 깊은 속에 뭔가 있을 텐데 하고 스스로를 ‘자책시키는’ 예감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나는 읽음에 완료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말 뿐이다. “국경을 건널 떄 내 귀에 들리던 소리라고는 너의 맥박과/ 내 귀뼈를 빗질하듯 쓰다듬던 반물질 같은/ 바람뿐” -「「단편6」 그대와 나 사이에 진실이 있기를」 부분 맞은편 페이지 이런 부분은 어떤가 “젊음은 내가 맹리 밤 찾아가는 꿈/ 깨어나면 약하게 팔딱거리는 내 손의/ 동맥다발./ 힘들일이로구나, 그대여, 그것들의 경계 너머로 보내지는 것은./ 한쪽 눈마다 돌멩이를 품은 채.”-「「단편5」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땀이/ 내 피부를 타고 흘러내린다」 부분 이 책이 나온 뒤의 ‘모호모임’은 권의 이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번역가 황유원은 의지가 없어 보여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내가 진행하고 싶어도 깜냥이 되질 않으니 그저 책만 쓰다듬을 뿐이다. 권은, 건네면 싱긋 웃어 되갚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태도를 매력이라고 이해한다.

2025년 11월 10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8, 2025. May be an image of diary, book and text that says '모든 날씨 날씨들아 들아 쉬었다 가립 525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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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출근인사 소소한 발견이 있었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면서, 온 방 켜둔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는데, 어째 하이파이브 같더라. 다녀올게. 오늘도 잘해보자. 시집 완판. 다섯 개의 스위치와 짝짝짝짝짜악, 하이파이브 하고 출근했습니다. - 공지 하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년운세’ 자리를 마련합니다. 한 해 열심히 활동해온 역술인 신수정 씨와 만남이에요. 내년 한 해 나의 삶을 예비해보심 어떨까 합니다. 운이야 도리 없이 오거나 오지 않는 거지만, 기대와 걱정을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따뜻한 시간은 어째 소중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시집서점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심각하지 않게 그러나 주의 깊게 듣는 내 신상의 조언, 그런 시간을 마련하오니 친애하는 위트 앤 시니컬의 독자들, 그의 친구들 신청해보세요. 자세한 내용은 @s._.crystal 참조! 신청은 저희 프로필 링크에서도 가능해요. - 조금 일찍 출근해 서점 앞을 쓸었다. 낙엽의 시간이다. 한가득 모아놓은 낙엽을 구르며 뿌리고 사진 찍는 사내들. 잠시 화가 났으나 이내 가라앉았다. 어차피 또 잔뜩 떨어질 낙엽이다. 내 잠깐의 수고가 꼭 치우는 데에만 필요했겠나. 누군가 즐거웠다면 나쁠 게 없다. 낙엽을 쓰는 일에도 요령이 있다. 언젠가 서울예대에서 시 쓰는 일에 대한 원고를 청탁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낙엽 쓸기의 요령에 대해 적어 보냈다. 그 글을 본 사람이 있나 모르겠네. 나는 낙엽에 대해 쓴 것이고 시 쓰는 일에 대해 쓴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드득 쏟아지는 낙엽. 아까와 다를 바 없이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낙엽의 시간이다. 서점에는 별일이 없고 복희가 와서 빼빼로를 두고 갔다. 어제는 단감 한 상자를 받았다. 어떻게 깎아야 하는지 몰라서 토막 낸 걸 보고는 매니저 경화 님이 귀엽다고 했다. 부끄러웠다. 평생 모르고 사는 것이 더 많겠지. 그런 일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미국 동부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하워드 씨처럼 나와 아무 상관 없는 것일까. 아니다. 하워드 씨의 정원에 사는 벌새 부부의 날갯짓마저도 실은 나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저 내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알다와 모른다가 생애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징해진다. 아니다. 그것은 이 우주를 생각했을 때 민폐일 수도 있다. 이게 무슨 소린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여간 평생 나는 단감 깎기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아니다. 모를 일이다. 이후 나의 삶이 단감 깎기로 점철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출근인사 다 쓰고 다시 낙엽을 쓸어야지.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창비, 2025)을 펴낸 시인 지연은 소룡골이라는 곳에 사는 모양이다. 시집의 3부의 제목 그리고 3부의 모든 시 부제가 ‘소룡골 시편’이나 검색해보면 전국에 소룡골이란 이름을 가진 곳이 10곳이 넘고 도별로 흩어져 있다. 매력적인 이름인가 보다. 이중에서 어떤 소룡골일까. 소룡골 사람들은, 소룡골 시편이라는 게 있고 서울에 있는 아무개가 그 시들을 읽는 오전 내내 소룡골을 궁금해한다는 거 모르겠지. 소룡골에는 흰 강아지가 몇 마리 살 것이다. 진한 볕들이 사방에 엎드려 나무나 갈대들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를 듣는 조용한 시골 마을. 지금과 같은 계절엔 종일 기다려도 인기척 한 번 느끼기 어려운 거기선 암만 기다려도 시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살아야 하는 동네. 살아도 십수 년 지나야 그것이 시가 되는 동네. 시집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고 내내 소룡골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 동네, 벌써 해가 지고 있을 것이다. 엎드린 볕은 점점 더 진해지고 진해지다가 이윽고 깜깜해질 것이다. 그 어둠에 몇몇 가구들 구멍을 뚫듯 불을 밝히고 하얀 개들이 이따금 짖고 또 짖을 것이다. - 도리 없이 소룡골 시편 정마 지나고 깻대가 쓰러져 녹아내렸어요 저번 언젠가 짧게 잘랐던 도라지는 장마에도 짱짱하게 피었네요 웃자란 비는 해가 자릅니다 해의 밑동은 비가 자르겠지요 적당한 길이로 매미가 울음을 끊었다 이었다 이었다 끊습니다 걸을 때마다 어린 메뚜기가 물을 털며 사방으로 튑니다 당신이 팔짝 생각나 전화하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재작년에 뱉은 수박씨가 작년에 자랐으나 수박은 곯았어요 올해 그 자리에 싹이 나서 근사하게 네덩이가 열렸습니다 세덩이는 나눠 먹고 한덩이는 당신을 위해 곯게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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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shared by 혜담철학관 on November 08, 2025 tagging @witncynical, and @s._.crystal. May be an image of one or more people, hair and text that says '붉은 굵은 말의 해 2026 신년운세 혜 혜담철학관 X 위트 앤 시니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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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공지 하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년운세’ 자리를 마련합니다. 한 해 열심히 활동해 온 역학사 신수정 씨와 만남이에요. 내년 한 해 나의 삶을 예비해보심 어떨까 합니다. 운이야 도리 없이 오거나 오지 않는 거지만, 기대와 걱정을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따뜻한 시간은 어째 소중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시집서점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심각하지 않게 그러나 주의 깊게 듣는 내 신상의 조언, 그런 시간을 마련하오니 친애하는 위트 앤 시니컬의 독자들, 그의 친구들 신청해 보세요. - 수정의 말 붉은 말의 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6년, 여러분 또한 말처럼 맹렬히 달릴 예정이신가요. 그전에, 무얼 바라보고 달릴 예정이신가요. 과연 달려도 괜찮은 걸까요. 2026년을 시작하기 전, 저와 함께 운을 짚어보며 알아봅시다. - 상담자 : 신수정 (혜담철학관 역학사) - 일시 : 2025년 11월 둘째 주 ~ 12월 첫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 토요일 : 10시 ~ 13시 사이 일요일 : 11시 ~ 14시 사이 + 세부 시간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내드립니다. - 장소 : 위트 앤 시니컬 사가독서 (서울 종로 창경궁로 271-1, 나선계단 위 2층) - 상담료 : 특가 40,000원 (정가에서 20% 할인된 금액입니다.) *자세한 내용과 신청은 프로필 링크를 통해 알아보세요!

2025년 11월 09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8, 2025. May be an image of text that says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시 창작 강의 움직이는 시쓰기 -격주반 강사 안미옥 2025. 11.18 11. 2025.11.18.-12.30.( 18.-12.3 18. 12. 30. 12.30. (4강) (4강) 격주 화요일 저녁 7시 ,wit cyn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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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되었습니다. 대기 문의는 이메일 sagadocseo@gmail.com로 성함과 연락처 남겨주세요! ❰ 위트 앤 시니컬 시 창작 강의 움직이는 시쓰기⼀격주반 ❱ 이 수업에서는 함께 시를 읽고 쓰며, 자신의 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무엇이 시를 움직이게 하는지 탐구합니다. 어느 날엔 시가 나를 움직이게 하고, 어느 날엔 시 덕분에 내가 움직이게 되는 것을 경험해 봅니다. 시와 삶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는 순간을요. 어디로 한 발짝 발을 옮겨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자신만의 시적 목소리를 만들기도 하지요. 크고 작은 변화의 방향을 함께 모색합니다. -합평 위주의 수업입니다. 매 수업마다 시 한 편씩 합평합니다. -1강 수업 전 새로 쓴 시 1편을 제출해 주세요. 강사 안미옥 시인 장소 위트 앤 시니컬 사가독서 정원 7명(최소 인원 5명) 일정 2025년 11월 18일 화요일부터 2025년 12월 30일 화요일까지 격주 화요일 오후 7시 (총 4회) 매회 2시간 진행 예정이며,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수강료 280,000원 커리큘럼 1-4강 동일 11/18, 12/2, 12/16, 12/30 *격주 : 텍스트 읽기 및 합평‘

2025년 11월 08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7, 2025. May be an image of lace, diary, card, book and text that says '교유서가 시집 교유서가시집001 001 소후에 cuue 푸른 사과처럼 사과처럼 처럼 무사해 우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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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출근인사 이맘쯤 마음의 송년회를 치르게 된다. 이야기 천재 정택 형의 생일, 이른바 정택제가 어제 있었다. 우리는 모였고 마셨고 예전과 달리 주저했으며, 이제는 자정을 쉽게 넘기진 못한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쓸쓸하다. 정택 형은 대학 선배로, 같은 과는 아니었으나 스승 같은 사람이다. 좋은 선배를 둔다는 것은 참복으로, 좋은 스승을 얻게 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운이 필요한 일이다. 정택 형의 참-미덕은 스스로 좋은 선배가 되려는 마음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니 그는 내가 왜 그에게 고마워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 자리에 모이는 사람은 대개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물론 자리 자체가 즐거운 것도 있다. 그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아는 이들 중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얼마 전 읽은 벤야민의 정의에 따르면 대서사가Epiker이자 내 생애 유일한, 어쩌면 마지막 이야기꾼일 것이다. 정택 형의 천재성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강의를 맡기고 싶고 출판사를 찾아 책을 내게 하고 싶다. 당신들도 만나면 반하게 될 거다. 돌아오는 길에 일행이었던 재귀 형이 아이고 한 해가 지났네,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한다. 정택제가 끝나면 한 해가 끝난 것이다. 그리고 새해는 언제 시작되는지 알 수가 없다. - 어제는 무척무척 좋은 소식을 기쁜 소식을 들었다. - 산 지 십 년도 넘은 청바지를 꺼내 입고 나왔는데 어째 불편하다. 어딘가 꽉 끼는 것도 아닌데. 최근 통 넓은 바지만 입어서인가. 곧 익숙해지겠지,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본 다음에야 후회한다. 나는 오늘도 종일, 몹시 꾸준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어울리는 바지가 아니로구나. 그러면서 생각한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적합한 옷. 기다리는 사람에게 적당한 신발. 기다리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기다리는 사람다운 눈코입. 기다리는 사람의 책, 노트 펜. 기다리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의자.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책상. 기다리는 사람에게 합당한 마감. 기다리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여행지. 기다리는 사람만을 생각한 스탠드. 기다리는 사람의 물건인 카메라. 기다리는 사람 비비디바비디부. 원했든 아니든 알았던 몰랐던 나는 이렇게 되었다. 한 시집을 읽었다. 열 편쯤 읽고 나서 궁금해졌다. 사람들 어떻게 반응할까. 그러곤 이어 궁금해졌다. 여기서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분명 아무렇게나 혹은 광범위하게 설정한 범위로서의 대명사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작 시집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아마 다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투명한 욕망과 착실한 오해. 결국 덮고 말았다. 교유서가에서 시인선을 시작했다. 소문 무성하던 시집을 어제야 펼쳐보았다. 첫 번째 시집은 소후에 시인의 『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이다. 시인선의 첫 권은 호기심을 불러오고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소후에 시인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데뷔 1년이니 그럴 법도 하다. 분명한, ‘자기-상자’를 가지고 있는 시인의 시로 읽힌다. ‘자기-상자’는 내가 만든 용어인데, 물론 누구나 (시인이든 아니든) ‘상자’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 안에는 텍스트화 된 온갖 것들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자기-상자’는 스스로를 목록화한 일종의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이다. 그 안에 든 것(텍스트)를 통해 나의 요소들은 별자리처럼 연결된다(별자리처럼 실은 아무 상관 없는 낱개들이다). 그리하여 내적, 긴밀함과 도리 없는 미로가 있는 세계로서의 시집이 완성되는 것이다. 별자리와 미로. 이 집에는 둘 다 있다. 어느 쪽에 택해질지는 시인도 시집도 독자도 모른다. - 나의 기분은 입술과 친밀합니다. - 날씨는 종종 기분을 다치게 해요 하늘은 색을 잃은 입술 같군요 기압골의 영향으로 내 기분도 색을 잃어가요 투명에 가까운 건 건강한 겁니까 나의 기분은 입술과 친밀합니다 오늘은 어떤 색을 처방할까요 약장 속에 각양각색의 립스틱이 가득합니다 하루치만 먹는다고 낫지 않는 독감처럼 이곳에선 한 가지 색으론 위험해요 나쁜 기분은 밝고 윤기나게 눌러줘야 해요 립스틱 색이 피부색과 너무 잘 어울리세요 가게 점원의 말은 더없이 잘될 거라는 말로 들려요 오늘을 압도할 내일이 올 것처럼 그러니 약장은 빈틈을 가질 수 없죠 그후로도 기분은 자주 변했지만 다행히 상하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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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6, 2025. May be an image of one or more people, terminal and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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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출근인사 다음 날 일정이 있다는 은이를 옷가지 들었다는 커다란 가방과 남겨두고 부산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소연 섬배가, 신기하다 우리. 이십 년 가까이 -하여간 각자의 자리를 잘 지켜서 그 자리에 남아 있어서- 편집자로 작가로 나란히 책을 내기도 했구나, 감탄했을 때 간혹 비슷한 생각을 하곤 했던 나는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어째 애를 두고 온 것만 같다. 우리는 커다란 가방과 은이를 생각하고 하하 웃었다. 은과 둘이서 소연 섬배와 함께 펴낸 책의 마지막 북토크를 부산서 마쳤다. 출근해서 꽃병에 꽂은 꽃은 미우서재에서 건넨 것이다. 편지함에 넣은 것은 라떼 님의 편지이고. 고맙습니다. 겨울 문턱쯤에서 받은 기억은 추운 어느 날 필요한 온기가 될 것입니다. 작가로 살아온 지 참 오래되었는데, 세상 어딘가에 나의 글을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여태 신기합니다. 더러 좋아해주고 반응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사실은 기적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글이란 그 선행성과 달리 뒤로 뒤로 역행해 나아갑니다. 나의 과거가 당신의 과거와 조우합니다. 그럼 또 신기하게도 조그미한 미래의 씨앗이 움을 터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라 맺는 열매 중에는 미래에의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만날 것입니다. 은과 제가 쓴 글도 소연 섬배가 만든 책도 당신 손에 들려서 또 뒤로뒤로 앞으로앞으로 나아가고 자라나길 고대합니다. 그 어느 틈에 잠깐이나마 다시 만나도 좋겠습니다. - 아침일찍 찾아온 독자는 김선우의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를 찾는다. 나는 이 시집의 제목을 정말 좋아한다. 물론 시도 아름답다. 함께 서가로 가 시집을 찾는데 독자가 외친다. “저기 있다!” 저기 있다. 그 말을 지금도 곱씹고 있다. 저기 있다. 서점 입장에서, 그것도 시집서점 입장에서 그보다 듣기 좋은 말이 또 있을까 싶은데 그런 이유로 되짚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외침이 사실이기 바라며 사실이기 어렵다는 것, 단순히 ‘책’이라는 물질의 ‘가리킴’이 아니라 찾고 있는 시집이라는 것 시라는 것이 “저기 있”지 않다는 사실, 그리하여 어떤 시도 ‘여기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미묘함이 나를 감동시키고 또 나를 슬프게도 한다. 정확히 “저기 있다”는 외침은 “나를 만지지 마라”, 라는 말씀(요한복음 20장 17절)의 준엄함과 연동이 된다. 이수명 시인의 『마치』(문학과지성사, 2014)의 영어 번역본 ‘JUST LIKE’(Black Ocean, 2025)의 LUCIEN STRYK ASIAN TRANSLTION PRIZE을 수상했다는 소식. 기쁜 일입니다. 축하드려요. 콜린 리마셜 번역가님, 이수명 시인님. 현대문학 인문 에세이 무우의 두 번째 책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김정아 옮김)은 엮음과 편집의 과정이 흥미로운 책이다. 엮은이의 말, 그 의도에 따란 벤야민의 텍스트, 부록처럼 붙은 말미의 레퍼런스 모음이 알차게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며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간다. 첫 번째 책이었던 『횔덜린의 광기』(박문정 옮김, 현대문학, 2025)에서의 아감벤이 지닌 의도와 편집 방향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개인적으론 이야기(서사)와 시 그리고 소설의 관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어 기쁜 독서였다. 책이 소개하고 있는 요한 페테 허벨. 어째 포기하고 있었는데, 두 권이나 책이 있다. 번역이 어떻든 서점에 들여놓아야 할 책이다.

2025년 11월 07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shared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4, 2025 tagging @lee_saehae. May be an image of pie and text that says '2025 2025 11 11 이달의 시 위트 앤 시니컬 11월의 시, 이새해 신작시 신작 신작시수레 시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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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앤 시니컬 이달의 시 2025] 11월의 시인, 이새해 - 수레 - 그들은 항상 조금 더 원했다 죽은 자들을 싣고 돌아오던 날에는 품삯을 배로 주었다 울음을 멎게 하는 방법은 증거를 가져다주는 일이라 했다 그을린 돌 놋그릇 젖은 외투를 나는 팔 수 있었다 혹한을 몰고 오는 밤에는 그들도 무언가를 두려워했다 이야기를 팔기에 좋았다 살아있을 때만 혀입니까? 지난밤 나는 불타오르던 당신을 목격했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누군지 안다면 너희도 나를 달리 대하겠지! 무기수의 주말이 시작되고 있었다 대사를 따라 외우며 그들은 독주를 나눠 마셨고 돌을 집어 불 속으로 수레 위로 던졌다 희망을 산 자들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수레를 팔 차례였으나 아무도 사지 않았다 다시 수레를 끌었다 수레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한 무리의 차가운 손들이 발목을 쥔 후에도 내 몸은 편안해 보였다 옆구리 속으로 파고들어 식지 않는 것들을 쓰다듬었다 - 이새해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를 펴냈다.

2025년 11월 05일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Photo by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on November 04, 2025. May be an image of ‎toy, matchbook, cornflower and ‎text that says '‎u 통유원 일요일의예술가 원 원 6 ف ره 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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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출근인사 다시 한국어의 세계관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김해, 일요일부터 오사카, 어제 귀국 오늘 출근. 시차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 내 자리를 찾지 못하여 멀미가 난다. 오사카에 도착한 이튿날 우메다에서 난바까지 걸었다. 더는 신기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은 거리에서,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있을까. 사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그러니 날아올 이유가 없었는데. 오기까지 직전까지 거의 모든 일을 접어두고 한 편 글에 매진했다. 잘 쓸 수 없는데 잘 쓰고 싶어서 붙들고 몸부림을 쳤더랬다. 어찌어찌 원고를 넘기고 나니, 가야겠다 싶었다. 비행기 티켓도 숙소 예약도 짐을 챙기는 것도 호다닥 마치고 그런 다음 조그마한 크기의 쓸쓸함을 느꼈다. 지쳐서 더는 걸음을 떼기 어려워질 만큼 걷고 나서야, 내가 왜 온 건지 알았던 거 같다. ‘여기’가 아닌 ‘거기’에 있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거기’에 닿고 나니 ‘여기’는 여전했기 때문에 -‘거기’가 ‘여기’로 역전되었기 때문에- 쓸쓸함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아무튼 며칠 나는 서울에 없고 서울에 없어 불가능한 일이 생겼고 절반은 불편하고 절반은 후련한 채 나머지 거리를 걸었다. 돌아와보니 내 자리가 사라져 있는 것 같아서 멀미가 난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다. 그리고 여전한 것은 여전하고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오늘은 자리에 차분히 앉아서 밀린 일기를 쓰고 수업 준비도 하고 시간이 나면 독서도 해야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는 적어두지 않기로 한다. 일기에만 적어야지. 얼마전 인터뷰를 했을 때, “요즘 재미나게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추천도서에 대한 질문일 텐데 나는 엉뚱하게도 “알려주기 싫”다고 했다. “일종의 패牌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내 독서가 어째서 나의 패가 되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실 지금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느낌은 내 ‘자리’라는 관념(이자 실재 더 나아가서는 ‘나’라는 실존적 문제)과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며칠 전까지 매진했던 한 편 글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온전한 소화消化, 즉 체화에 대한 갈급-미련과 관계 있는 것이다. 나는 읽으면서 즐겁고 읽으면서 괴롭다. 나는 언제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지 못하고. 이것이 나의 사유와 산문의 문제점이다. 비워놓은 서점에 황유원의 신간 시집이 입고 되어 있다. 『일요일의 예술가』(난다, 2025)는 기다렸던 시집이다. 황유원의 시를 좋아한다. ‘황유원의 시’라는 관념을 이루는 여러 조건들 중에서 황유원이 ‘시’라는 매체를 다루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는 조심하지 않는다. 성급히 구는 것도 아니다. 유심하지도 무심하지도 않고 커다란 기대를 걸 거나 소홀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중도의 시, 일 테다. 시는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가 아무것도 아닐 수는 없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시를 쓰고 그런 시는 시를 넘어서거나 시에 못 미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와같은 잠잠한 시를 읽고 있노라면, 내 무언가가 굉장히 수월해지는 느낌이다. 너무나 나의 당장의 감각 닮은 시가 한 편 있어서 옮겨둔다. 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냥 시인데, 시 읽기는 때로 대단해진다. 넘쳐나서 사람의 앞뒤를 완전히 거머쥔다. 사로잡는다. 시 쓰기 연구만큼이나. 시 읽기 연구도 필요하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존재의 방학 - 존재의 방학 그래서 내 존재가 희미함 내 존재는 들을 수업 없음 존재의 선생 없고 급우 없음 존재는 잠시 방치되었음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어서 겨울날 집 앞 찬 계단에 한 시간 동안 앉아 있다 집에 들어간 적 있었음 문 열고 나왔다가 다시 문 열고 들어갔던 사이의 시간만큼 존재는 여백을 얻었음 존재는 그 여백에 빠져 죽어도 좋았음 물론 빠져 죽을 리 만무하지만 방학은 그만큼 길었음 방학이 없다면 학도 없음 방학이 있어서 학도 겨우 숨을 쉼 방학이니까 이런 개소리도 부담없이 하는 것임 존재의 방학 방학 없는 존재는 겨울날 집 앞 찬 계단이 아니라 학원에서 한 시간을 보내고 와야 했던 존재는 어느 날 옆길로 새서 스스로 방학을 선언했음 참 잘했음 참 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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