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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나는 모르겠네 구십이 되어 나는 그대가 먼저 간 길을 아주 오래 보다가 이렇게 쓸지도 몰라 저녁은 갑자기 오더니 어둠은 천천히 오시네, 라고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는데 세월은 이만큼 가서 뒤돌아보니 갑자기 저녁은 도착했고 밤은 그대의 고요한 손처럼 그렇게 천천히 오늘의 바람은 그다지 거칠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 이라는 단수가 되고 싶었으나 우리는 사람들,이라는 복수였다고 그리고 끝내 사람, 이라는 단수 유랑자였다고 그 시간 동안 나의 개, 천년이는 배가 고팠다, 그리고 나는 떠난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착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라고 #만일그대가나보다먼저간다면 택시 기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빵집 아가씨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치과 의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집 앞을 쓸다가 마주친 이웃이 물었다 당신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나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바닷속에 있어요 엄마들이 울고 아빠들이 울고 삼촌 친구 짝사랑하던 소녀가 울고 잠수부가 울고 다 우는데 아무도 몰라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원한 실종을 완성할 일이 제 고향에서 일어났는지도 몰라요 택시기사 빵집 아가씨 치과의사 이웃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독일 어느 마을에 사는 작은 동양 여인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건 무의식 뒤 모든 배반의 손들이 합작해서 판 무덤은 아니었을까요 그 앞에 서서 우는 사람들의 영혼마저 말려버리는 사막의 황폐함은 아니었나요 이십 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망설이면서도 포기한 적 없던 내 얼굴의 고향은 서러웠다 길게 울었다 눈앞에 없는 바다 앞에서 고향의 수박등이 흔들렸다 -72,73 #허수경#난다
. 📖 매일 밤, 잠들기 전에는 일기를 쓴다. 여행을 하면 흐릿했던 감각이 또렷해지고, 사소한 장면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붙잡게 된다. 그래서인가. 평범했던 하루가 꽤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런 여행을 10년 넘게 이어오다 보니, 어느 순간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졌다. 이 먼 곳까지 왜 굳이 떠나오는 걸까 싶다가도, 문득 깨닫는다. 이게 내가 바라던 삶이라는 것을. -6,7쪽 #여행의감각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은 단순히 오늘 하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스스로 묻는 것이기도 하다. -79쪽 #무과수 '무엇을 꼭 해야 한다'라는 생각만 내려두면 모든 순간이 여행이 된다. 잠시 침대에 누워 쉰다는 것이,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실로폰 같은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대로 단잠에 빠져버렸다. -114쪽 #위즈덤하우스 좋은 습관이 있으면 어디에서든 기복 없는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는 것. 비슷한 듯 다른 재료들로 간단하지만 정성껏 차린 뒤, 테이블에 앉아 맛과 시간을 꼭꼭 씹으며 음미한다. 잠에 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침을 잘 맞이하는 것까지가, 나에게는 지난 시간을 잘 갈무리하고, 오늘도 잘 지내보자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인 셈이다. -310쪽 #여행#에세이
. 📖 '극복'이라는 말처럼 오만한 단어가 있을까? 장애를 극복하고, 가난을 극복하고, 불합리한 사회를 극복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영원히 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할 거라고. 나는 단지 자주 내 장애를 잊고 산다. 잊어야지만 살 수가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기사는 내가 못 보는 사람인 걸 그새 잊어버리고 창문을 열어주었다. 창밖에서 군중의 환호와 불꽃이 수도 없이 터졌다. 기사도 밖을 보는지 탄성을 터뜨렸다. 나는 어둠을 훑어보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하늘을 수놓는 수백 송이의 불꽃이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었다. #조승리 관광지에서 마주친 한국인 할머니들이 걱정을 담아 우리에게 건넨 말은 이렇다. “앞도 못 보면서 여길 힘들게 뭐 하러 왔누!” 보이지 않아도 보고 싶은 욕망은 있다. 들리지 않아도 듣고 싶은 소망이 있다. 걸을 수 없어도 뛰고 싶은 마음은 들 수 있다. 모든 이들은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비록 제한적인 감각이라 해도 나는 들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으며 낯선 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여행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달 진정한 복수는 모욕을 주는 것도 용서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를 동정하는 것이라는 걸 그 때 알았다. #에세이 그럼에도 나는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이라는 걸 나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타로북클럽
. 📖 언제쯤 삶은 결코 통제할 수 없으며 삶의 사건들은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언제쯤 모든 규칙을 깨고 펼쳐지는 삶의 불규칙성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연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제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125 나는 언제나 소설 쓰기가 깊은 애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처리하지 못했던 슬픔을 다시 한번 깊이 느끼며 소화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그 과정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속 기억을 끌어내 어떤 애도를 가능하게 할지도 모르리라 희망했다. -200 공감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참사로 인해 고통받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결코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일이다. 그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것. 처음부터 알지 못했고 지금도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알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종종 참사 유가족의 고통을 '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유가족의 '유난함'을 공격하기 위해 수사적으로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유가족의 고통을 끌어다 쓰는 사람들, 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그렇게 믿고 말하는 사람들...... -242 나는 대한민국이 잔인함에 굉장히 관대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읽기 고통스러울 정도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이 사회에서 가해자들은 언제나 배려받고 이해받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기득권의 편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법과 사회적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기득권의 입장을 보호한다. 나는 이 모든 문제의 밑바닥에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정신이 스며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신을 '잔인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감하지 못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이 자신만큼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타인도 자신만큼의 존엄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265 나의 찢긴 일기장에게, 그걸 찢어 버린 어린 내 손에게, 연필을 깎던 아침에게, 아팠던 무릎에게, 나를 바라보고 매만졌던 사람들에게, 내가 애써 삼킨 말들에게, 열리지 않던 창문에게, 다정한 눈물에게, 눈물보다 부드러웠던 깊은 잠에게,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에게, 젊었던 할머니에게, 상처와 치유를 주던 시간에게, 좋아하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밥상 앞에 앉아 있던 일곱 살의 나에게, 케이크 위 작은 촛불들과 고깔모자, 달콤한 마가렛트 과자에게, 높이 날아간 그네에게 이렇게 멀리서 인사를 보낸다. -273 #백지앞에서#최은영#문학동네
🏞 그해 여름은 너무나 뜨거웠기에, 매일 저녁 집을 나서야만 했다. 지니아는 여름이 어떤 것인지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았다. 밤마다 가로수 아래를 거니는 일이 그저 황홀했다. 때로는 이 여름이 영원할 것만 같다가도, 계절이 바뀌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서둘러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름다운 여름> 중에서 #여름#책#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아름다운여름
📖 "모든 관계는 변한다. 영원히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우정이나 사랑은 없다." -77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견뎌라." 어떤 시련을 겪으면 인간은 원망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원망이라는 것이 처음엔 작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 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세상을 미워하는 동안만큼은 자신이 겪은 일이 조금은 정리가 되는 듯 하기 때문이다. 원망은 생각처럼 가벼운 감정이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습관이다. "원망이라는 감정이 나를 낫게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쉽게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인간은 불행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설명하면 덜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은 언제나 고통을 더 잔인하게 만든다.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삶은 대부분 설명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 -106 자기 극복은 꾸준한 싸움이다. 인간은 늘 과거의 자신에게 끌려다닌다. 익숙함 속에서 안심하고 습관 속에서 자신을 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안정은 더 이상 평화가 아니라 정체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되 변화 속에서 자신을 버리지는 말라. 극복 없는 삶은 퇴보고 별을 잃은 극복은 망각이다. 스스로를 넘어선다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자신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별은 그 길을 비추는 등불이다. 그 빛이 흔들려도 꺼지지만 않으면 된다. 그 빛이 있는 한 인간은 다시 자신을 넘을 수 있다. 내가 세운 신념으로 더 나은 내가 되어라. 그것이 바로 초월자(Übermensch)다. -176.177 "진정한 성숙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잔혹한 선물은 희망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초월자#니체#히읏
📖 언니는 가족이 싫다고. 10대 때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내가, 부럽고 미웠을까.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없던 언니에게 나는 수차례 '그만두라'고 말을 했다. 언니는 그때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 필요하다'며 울었다. 언니가 필요로 했던 가족은 아마 건강한 가족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진 가족은 너무 허약하고 결핍투성이였다. 언니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느라 자기 힘을 다 소진해 버렸다. 나는 언니의 죽음이 '자살'이라기보다 힘이 다 빠져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죽음은 뭐라고 부를까. 소진사消盡死? 가끔 그렇게 가진 힘을 다 소진하고 죽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다. 평생 남을 위해 살던 사람들. _110 한 번도 제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엄마는 언제나 '돈은 어디선가, 누군가가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을 언니 생각이 났다. 언니는 이런 상황을 계속 해결해 왔고 또 해결하려고 노력했겠지. 언니가 있었으면 나는 여기에 오지 않아도 됐겠지. 언니가 있었으면......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_118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느라 여유가 없는 엄마에게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점점 나에게서 욕망이라는 감정을 제거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마음'을 연습했다. 원하지 않으면 슬프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원하는 것은 계속 있어서 그런 것은 어떻게든 내 힘으로 이루고자 했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 내가 원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 집에서 나가는 것, 고양이를 키우는 것,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것, 그런 것들. _144 언젠가는 언니가 있었고 언젠가는 친구가 있었고 언젠가는 사랑이 있었고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고 그걸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로 숨기던 때가 있었고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고 누구나 고유한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무게만큼 모두가 견디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를 이제야 알았고 그때는 그때의 어리석음으로 지금은 지금의 어리석음으로 지혜는 결국 연습만 할 뿐이고 연습은 결국 완성되지 못할 것이고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_192 #엄마와딸들의미친년의역사#이랑 #이야기장수
🔮 타로카드 입문자를 위한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으신 분들 대환영이구요ㅎ 평소 타로카드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이나 배워보고 싶으셨던 분들 기다립니다!!😊 *시간: 5월 22일 오전 10시~12시 *장소: 수영구 수영로 607번길 28 책방오월 *준비물: 유니버셜웨이트와 필기구 (타로카드는 없어도 괜찮아요) *수업료: 5만원 (음료포함) 신청은 프로필 링크에서 해주세요!! #타로#타로카드#타로배우기#타로수업
📖 신경 쓰지 말자. 엄마는 그저 솔직할 뿐이고 악의는 없다. 어른이니까 그 정도는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루히코가 죽은 뒤, 울고불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아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던 엄마가 회복했으니 기뻐할 일이다. 그것이 마흔한살 먹은 딸의 주변머리인 법이다. ㅡ71 #카프네 직업이 있고 집이 있고,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모은 돈도 있으니, 분명 앞으로도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만으로는 마음을 지탱하지 못한다. 너는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누군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을 긍정하지 못한다. 세쓰나는 그걸 잘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르면서 그런 말을 해 주었을까. 별로 싫지 않다는 무뚝뚝한 한마디로 지금 목숨을 부지했다. 그 말만으로 앞으로 한 달쯤은, 무슨 일이 생겨도 살아갈 수 있겠지. ㅡ168,169 #아베아키코 "부모를 너무 믿지 마."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두렵도록 불온한 느낌을 담고 있어서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우연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문제 없이 살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이야. 부모 때문에 괴로워하고 버림받은 아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배제되는 기분이 드는지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이니까. 들은 척도 하지 마. 부모는 그냥 피가 이어졌을 뿐인 인간이라는 걸 알아둬." ㅡ190 #은행나무 부부사이라는 핑계로 기미타카에게 의지했으며 때로는 감정 쓰레기통처럼 썼다. 가족이니까 허용될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은 가장 거리가 가깝고 오랜 시간을 공유하는 가족이기에 마음을 배려하고 소중히 아껴야 했다. ㅡ207 굶주린 적도 심한 폭력에 노출된 적도, 생명의 위기에 처한 적도 없이, 나는 분명 행운을 누리며 살아왔다. 그런데도 나는 항상 여기 있어도 될지 몰라 불안했고, 더 사랑받기를 원했고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도 몰랐으면서. ㅡ316 #소설 실망과 체념이 애정을 송두리째 뽑아 준다면 차라리 얼마나 편할까. 그러나 사랑은 끈질긴 잡초처럼 가슴에 뿌리내려서 아무리 뽑고 또 뽑아도 아주 조금 내린 비만으로도 이렇게 숨을 되찾는다. ㅡ339 #책추천
📖 세계라는 건 말이야, 결국 개인의 경험치야. 평생을 지하에서 근무한 인간에겐 지하가 곧 세계의 전부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산다는 게 이런 거라는 둥, 다들 이렇게 살잖아... 그 따위 소릴 해선 안 되는 거라구. 너의 세계는 고작 너라는 인간의 경험일 뿐이야. 아무도 너처럼 살지 않고, 누구도 똑같이 살 순 없어. 그딴 소릴 지껄이는 순간부터 인생은 맛이 가는 거라구. 이하 동문이라고 ㅡ174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ㅡ43 #박민규 메리 크리스마스, 서로를 간호하는 느낌으로 걸어가던 길고 긴 골목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골목... 그저 인생이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불과한 인간들의 골목... 모든 인간은 투병(鬪病)중이며,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골목의 끝에서... 흐린 가등의... 불빛 아래서 나는 속삭였었다. 메리 크리스마스야. ㅡ226 #위즈덤하우스 그런 면에서 제가 한국에서 겪은 일들은 매우 야만적인 것이었어요. 야만이죠. 아름답지 않으면... 화장을 하지 않고선 외출하기가 두려운 사회란 건요... 총기를 소지하지 않으면 집 밖을 나설 수 없는 사회라는 거예요. 적어도 여자에겐 그래요, 지극히 야만적인 사회였어요.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아무튼 말이죠. 그래서 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적어도 직장에서만은 특별한 차별 없이 일을 하고, 보수를 받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이런저런 클럽을 만들고, 토론을 하고... 전시회를 관람하고 공연을 즐기고... 이 삶이 좋은 거예요. ㅡ394 #소설#책
. 📖 여성이 소설을 쓸 수 있으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지요. -8쪽 . 상상 속에서 여성은 더없이 귀하고 중요한 위치에 서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하찮은 존재입니다. 시가에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등장하지만 역사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여성은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운 어느 부모의 아들이 부리는 노예였습니다. 문학 작품에서는 가장 마음을 올리는 말들과 가장 깊이 있는 생각들이 여성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현실에서 여성은 거의 읽을 줄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일 뿐이었습니다. -70,71쪽 . 자기 자신에 대한 언급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이 예술가의 본성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무척 다행스러운 사실이기도 하지요. 문학은 타인의 견해를 비이성적이라 할 만큼 신경 쓴 사람들이 부서져 남은 잔해와 함께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지닌 이런 감수성은 두 배로 불운한 일입니다.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좋은 마음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찾던 본래의 물음으로 돌아가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가의 마음이란, 그 안에 품고 있던 작품을 완전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풀어내는 엄청난 결실을 이루어내려면 눈부신 빛으로 타올라야 하니까요. -92쪽 . 걸작이란 홀로 외로이 탄생하는 게 아니니까요. 걸작은 여러 해에 걸쳐 수많은 이들이 함께 생각한 결과이고, 그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 이면에 집단의 경험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107쪽 . 소설이란 흔히 해독제보다는 진통제이며, 뜨거운 인두로 잠을 깨우기보다 무기력한 수면의 상태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하므로, -130쪽 . "가난한 시인들은 근래뿐 아니라 과거 200년 동안 바늘구멍만큼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 영국의 가난한 아이가 속박을 벗어나 지적 자유를 탐험하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위대한 작품을 낳을 가망이 없다는 건 아테네 노예의 자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로 그것입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지요.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언제나 가난했습니다. -175쪽 . "역사에 걸쳐 여성은 익명의 존재였다." #버지니아울프 #자기만의방 #더스토리
. 📖 이 이야기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딘가 꼭 존재해야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동시에 반드시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젊음의나라 #손원평 #다즐링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