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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그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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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도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원하는 꿈으로 조금 더 도약하는 한 해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속도를 조금 늦춘 채로도 계절은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우리가 남겨 둔 한 줄의 여백은 언젠가 너를 환하게 데우는 문장이 될 거야.' - 2026, 널그
택시
며칠 사이 날이 춥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요.
책장 한쪽에 살짝 얼굴을 내민 책갈피를 보면, 그저 마지막으로 읽었던 페이지를 연다는 의미보다 그저 그 책의 존재만으로 손이 멈출 때가 있어. 표식이 되어주는. 그렇게 한 번 더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기는 일. 같은 문장을 읽어도 그날의 계절이 다르고, 같은 장면을 읽어도 내가 달라져 있었으니까. 인연도 그런 것 같아. 살다 보면 유난히 오래 마음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사람. 곁에 있지 않아도, 문득 이름 하나 떠오르면 덮어두었던 날들이 스스로 펼쳐지곤 했어. 그 사람과 나눴던 대화도, 아무렇지 않게 건네던 표정 하나도, 별일 아니라는 듯 내 편이 되어주던 순간 하나가 오래 남았더라. 어쩌면 다정함은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한 장면을 남겨두는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가끔, 삶에도 책갈피가 있다고 생각해. 끝까지 읽지 못한 이야기가 아니라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주는 것. 돌아보면 내 삶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어. 다시 읽지 못하더라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페이지로 오래 남아 있는 사람. 내 삶에 끼워둔, 다정한 책갈피 같은 사람.
오래된 단골집은 간판보다 먼저 발걸음이 기억하지. 몇 번을 지나도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데, 어느 골목에서 몇 번째 문을 열어야 하는지는 몸이 먼저 알고 있었어. 사람도 비슷한 것 같아. 자꾸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선명한데, 정작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오래 남지 않았어. 그닥 편하지는 않은 기억이랄까. 반대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하나씩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지. 그 사람이 건넸던 표정, 별말 없이 챙겨주던 손길, 한 번쯤 뒤를 돌아봐 주던 마음 같은 것들. 오래 남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담벼락에 계속 적기 보다 상대의 기억 속 장면에 발자국을 하나 남기는 사람이더라고.
그것도 결심이라면 결심이고 습관이라면 습관이겠지.
장마가 시작되면 일기예보는 며칠째 같은 그림을 보여주지. 우산은 늘 현관 앞에 있고, 신발은 마르기도 전에 다시 젖고, 창밖은 하루 종일 흐린 얼굴인데 당연하게도 비를 피해서 사는 게 아니라, 비가 내리는 하루를 그냥 받아들이는 일. 한참 창밖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럼에도'라는 말은 비가 그친 뒤 하는 다짐이기 보다, 비가 오는데도 문을 열고 나가는 발걸음의 소리라는걸. 믿음도, 사랑도, 삶도.
단어보다 문장을 읽고, 문장에서 장면을 잇고, 장면보다 풍경을 보고, 풍경에서 계절을 걷는, 삶의 온도와 향기가 머물고 떠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길.
아직 손에 없는 것들을 위해 오늘을 살지. 당장 증명할 수 없는 마음도 품고, 언젠가 닿을 순간을 위해 지금을 아끼지 않아. 그러다 보면 삶은 결과보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으로 더 오래 이어지는 것 같아.
의도는 자신을 위로하지만, 행동만이 상대를 위로하지
앞은 막막하고, 생각은 많아지고,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은 시간. 그런 날에는 스스로 어둠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기도 해. 그런데 새벽을 보면 가장 긴 밤이 늘 그 앞에 머물러 있는데도 한 번도 어둠의 편에 서 있었던 적이 없던 것 같아. 늘 빛이 오는 쪽에 있었어. 어쩌면 비슷한 건지도 몰라. 지금이 가장 막막한 시간이라면, 그건 기나긴 과정 속에 허우적대는 시간이기 보다 무언가 시작되기 직전일 수도 있으니까. 가장 빛나는 순간은, 때로 가장 깊은 어둠을 지나며 만들어지니까.
살다 보면 여기저기 접히고, 생각지도 못한 자국이 남고, 원치 않던 모양으로 구겨지기도 하는데 꼭 무언가를 더해야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가끔은 평소에 닿던 작은 것들 중 하나 하나를 소중히 지나온 것만으로도 원래의 결이 다시 드러나기도 하니까. 괜찮아진다는 건 새로운 사람이 되야 한다는 어려운 다짐보다 원래의 모양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