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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그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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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도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원하는 꿈으로 조금 더 도약하는 한 해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속도를 조금 늦춘 채로도 계절은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우리가 남겨 둔 한 줄의 여백은 언젠가 너를 환하게 데우는 문장이 될 거야.' - 2026, 널그
택시
며칠 사이 날이 춥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요.
저녁 버스 창에 이마를 기대면 유리 밖 풍경이 천천히 뒤로 밀리고, 몸은 맡겨져 있는데 생각은 늘 먼저 내린 정류장이 있어. 또,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뒷문이 닫히기 직전 손을 들었다가 결국 내리지 못한 날처럼, 붙잡지 못한 것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 조금 더 선명해져. 신발을 벗으며 괜히 뒤를 한 번 더 돌아보던 습관도 남아 있고, 아무도 없는 복도엔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가만히 서 있지. 그래서 어떤 거리는 걸음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 쪽으로 자꾸 마음만 먼저 가 닿아. 그래. 늘 생각을 정리하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불을 켜고, 각자의 신발장을 정리하며 서로의 저녁을 지나가고 있겠지. 멀어진 건 길뿐이라고, 조금 늦게 도착할 뿐이라고 조용히 믿어두는 밤. 그리고 가끔,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그때의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서로를 한 번쯤은 다시 떠올리고 있을지도 몰라. 어디에 있든, 존재할 그 자리에서 서로 안녕하기를. 꼭.
그저 말이 아닌 오래 눌러둔 시간이 한 번에 쏟아진 자리. "보고 싶어, 기다렸어."
하루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비워둔 시간의 모양이야. 어떤 마음은 닿기도 전에 부서지고 머물기도 전에 사라져. 받지 못해서도 맞고, 담아본 적도 없어서.
등을 보인 채로 말을 남기던 밤이 있었지. 문장은 또렷했는데, 시선이 닿지 않으니 어디에도 붙지 않더라.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몸이 향한 쪽이 다르면 말은 자꾸 미끄러진다. 그래서 결국 듣기보다 보게 된다.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어디까지 따라왔는지, 무엇을 남기고 갔는지 같은 것들. 말은 잠깐 머물다 가지만 움직임은 오래 남아서, 진짜와 가짜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갈린다.
세상에 운이라는 건 분명 있는 것 같아.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일이 풀리고, 어떤 순간은 설명되지 않는 타이밍이 겹치기도 하니까. 그걸 우연이라고 부르든, 복이라고 부르든 이름은 제각각인데, 지나고 나면 그때는 다 맞는 말처럼 느껴지더라. 그래서 결과 앞에 서면, 자꾸 밖을 먼저 떠올린다. 무엇이 잘 맞았는지, 무엇이 어긋났는지. 성공이든 실패든 수없이 그렇게 바깥에서 이유를 찾다가, 결국은 다시 안쪽으로 시선이 돌아오고, 사실 바깥에서 찾던 건 자신의 능력 외의 대안이어야 한다. 탓이라고 한다면 아쉬운 일이겠지만. 그렇게 가만히 돌아보면 남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때 내가 얼마나 밀어냈는지, 어디까지 버텨냈는지, 무엇에 시간을 썼는지. 그건 누구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는 알게 되는 쪽이라서,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보다, 내가 움직인 만큼, 나를 위해 써낸 만큼, 인생은 결국 딱 그만큼만 움직여 왔다는 걸.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한 점 안 보일 때가 있지. 조금 전까지 또렷하던 자리도 구름 한 겹에 금방 비어 보이고. 그럴 때 오늘 밤엔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돼. 그런데 별은 빛도 그대로고, 가려진 건 별이 아니라 그 앞을 지나가는 쪽이었고, 그래서 어떤 밤은 환하지 않은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태로 머물러 있는 거지. 너의 하늘이 지금 그런 편일 거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진 건 아니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것도 아니니까. 원래 있던 자리에서 조금 가려져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오래 너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그대로인데, 잠깐 앞을 가리는 게 조금 오래 머물러 있는 밤. 그냥 그런 밤.
요즘은 무너지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지. 무너지려면 적어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 아무도 없는 쪽으로 잠깐 밀려나야, 자기 마음이 어디서부터 내려앉는지 보이니까. 그런데 하루가 너무 꽉 차 있어. 알림은 계속 울리고, 손에 쥔 화면은 좀처럼 놓이지 않고, 조용해질 틈이 없어서 마음이 내려앉을 자리도 같이 사라지지. 그래서 조금이라도 무너지지 못한 채, 놓지 못한 채로 그냥 버티는 쪽으로 남게 돼. 괜찮은 건 아닌데 괜찮은 척을 오래 유지하는 쪽으로. 계속 울리는 소리들 사이에서는 감정이 끝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습관처럼 사람을 찾게 되는 공허 속에서는 슬픔조차 방향을 잃어버리지. 그래서 어떤 마음은 자기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한 채 더 크게 부서질 날의 이자를 붙이고 있는 중일지도 몰라.
걸어보면 알잖아. 어디쯤인지도 애매한 구간이 더 길다는 거. 그래도 멈추지 않고 괜히 허리를 한 번 펴고, 발을 다시 맞춰 걷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게 몇 걸음 더 가다 보면 빛이 먼저 오는 일 보다, 조금씩 따라붙는 쪽에 가까워. 그래서 시작이 환하지 않아도 괜찮아. 끝까지 들고 가는 건 처음의 환한 밝기가 아니라 걸어가는 동안 놓지 않았던 빛 한 줄기니까.
해 질 무렵이었어. 불은 켜지 않고, 가방은 그대로 문 앞에 내려둔 채로 한참을 앉아 있었지. 오늘은 잘 보낸 건지 아닌 건지 묻고 싶었는데 대답할 사람도 없고, 굳이 말로 꺼낼 필요도 없더라. 그래. 하루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은 날이 있지. 계획은 비어 있고, 마음은 자꾸 어긋나고, 괜히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저녁. 그럴 때 사람은 자꾸 오늘을 설명하려 들지. 왜 이랬는지,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하루를 끝까지 붙잡고 의미를 찾으려 하고 말이야. 그런데 어떤 날은 그냥 지나가는 쪽이 더 맞을 때가 있어. 잘하려고 애썼던 것까지 꺼내 보지 않아도, 그날은 그 모양 그대로 두는 게 나은 날. 안 되는 날도 있고, 끝내 괜찮아지지 않는 하루도 있어. 그걸 다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걸어 지나온 날이기도 해. 그래서 가끔은 조금 덜 해도 괜찮아. 덜 채운 채로도 하루는 끝까지 건너지니까. 잘했어. 오늘은 그 정도로 두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