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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모모
...산전 수전 공중전... 그속에 희노애락 에세이 《매주 1~2회 업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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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 나온 나에게 딱 3개월의 휴가가 주어졌어. 3개월 동안 아이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힘들다는 생각보다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훨씬 컸던 시기였지. 어느 날은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 거야. 기저귀 문제도 아니고 배고픈 것도 아니고 계속 안고 달래도 울기만 하는 상황.. B와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어. "작은 형님한테 연락해 볼까?" "누나한테?" "응. 아이 두 명이나 키우셨으니까 알지 않으실까?" 우리는 작은 형님께 도움을 요청했어. "드라이기를 틀어줘봐" "드라이기요?" "응. 우리 둘째가 드라이기 틀어주면 울음을 멈췄었거든." "한번 해볼게요." 위이이이잉- 신기하게도 멈춘 울음소리. '하.. 우리 아기 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ㅠㅠ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그때, "아오... 진짜.. 겨우 멈췄네. 내가 뭐라 그랬어. 애 키우는 거 힘들다고 했잖아." 잔뜩 짜증 섞인 B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크게 때렸어. 낳기 싫은 아이를 내가 낳자고 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건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꽤나 섭섭하게 들리더라고. 어쨌든 아이는 진정되었고 B는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어. 출산휴가 3개월 동안 육아는 전적으로 내가 다 도맡아 했어. B는 일을 해야 하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용인에서 음성까지 출퇴근하는 B라서 항상 B는 분리 수면을 시켜서 피로감이 덜할 수 있게 해줬어. 아이는 50일 때부터 수면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육아하면서 내가 제일 잘했다고 느끼는 일이야. 3개월이 지나면 나도 출근을 시작할 거고 통잠을 못 자고 출근하면 100% 몸이 못 버틸 거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살기 위해서 수면 교육을 시켰어. 다행히 천사 같은 유니콘인 성빈이는 3일 만에 수면 교육에 성공했고 그때부터 새벽 육아에서 해방되었어. 3개월의 출산휴가가 끝나고 나는 복직을 했어. 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은 나를 위해 친정 부모님이 용인으로 이사 오셨고 B와는 주말부부를 하게 되었어. 그렇게 2년이 흘러갔어. 나는 그 새 부지점장으로 승진을 해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매일 야근이 일수였고 일찍 끝나는 날은 집에 오면 육아를 했어. 성빈이를 거의 친정 엄마가 키운거나 마찬가지라 미안한 마음이 참 컸거든. 나는 주말에도 일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이때는 거의 한 달에 한두 번 쉬는 게 다였던 때야. 그나마 쉬는 날이 생기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 잠을 푹 자면서 쉬어야 하는 때가 많았어. 그러던 어느 주말에 있었던 일이야. 2주 연속 야근을 하고 겨우 일요일 하루를 쉬게 되었어. 그런데 하필 내가 몸살에 걸린 거야. 계속되는 강행군에 면역력이 약해졌던 거 같아. 세게 두드려 맞은 듯한 통증이 온몸을 괴롭히고 있었어. 침대에 누워서 끙끙대고 있었는데.. "진애야! 밥 안 줘?" "오빠.. 나.. 아파..." 목소리도 안 나오는 상태여서 작게 대답했더니 안 들렸던 모양이야. "밥 안주냐고!" "나.. 아파...." 역시나 안 들리는 모양. "아! 진짜! 밥 안주냐고!!!!!!"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는 B. 침대를 붙잡고 겨우겨우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어. "아니 몇 시까지 누워있는 거야? 지금 벌써 10시야. 밥 안 줘? 그리고 주말이면 애를 봐야지. 왜 잠만 자고 있어?" 핀잔하는 소리에 꾸역꾸역 몸을 주방으로 옮겼어. 볶음밥을 만드는 내내 눈물이 흘렀어. 밥을 차려주고 나는 약을 먹었어. 그리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누였어. 몇 시간이 지났을까. 몸살 기운이 조금 나아진 나는 거실로 나갔어. 소파에 앉아있는 B. 몸이 아직 힘들어서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B에게 물어봤어. "나 아픈 거 알아?" "어디 아파?" "하... 지금 내 꼴을 봐.. 몸살이 심해서 아까 약 먹고 들어갔는데 못 봤어?" "아 그래? 몰랐네." "오빠.. 거실에 앉아서 그렇게 소리만 지르지 말고 한 번만 안방에 들어와 보지 그랬어. 그럼 내가 아픈 거 알았을 거 아냐. 솔직히 밥은 시켜 먹어도 되는 거잖아.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나는 힘없는 눈으로 B를 응시했어. 아주 옅은 미소를 짓는 B의 입에서 나온 대답. "그냥.. 너 얼굴만 봐도 짜증이나."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조리원이었어. 나는 되게 외소한 몸뚱아리를 가지고 있는데 (151cm/41kg) 다행히 속골반이 넓어서 아기는 자연분만을 했어. 아기 낳고 조리원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첫째니까 뭘 알아..ㅎㅎ 선생님들이 알려주시는대로 어설프게 모유수유도 하고 기저귀도 갈구 그랬지. 조리원에서는 다같이 모여서 수유하는 시간이 있어. 언니A: 근데 성빈엄마~ 나 물어볼게 있는데~ 나: 네~ 뭔데요? 언니A: 혹시.. 가슴.. 수술한 거야? 나: 네? 아니요? 언니A: 그래? 그럼 그냥 모유가 많이 도는 거야? 나: 네 ㅋㅋㅋ 언니B: 진짜?? 나도 엄청 크길래 수술한 건가.. 했어 ㅋㅋㅋㅋ 나: 언니 ㅠㅠ 저 원래 트리플 A에요...후....ㅠㅠ 나 원래 가슴은 작아;; ㅋㅋㅋㅋ 모유가 진짜 많이 돌아서 커지고 단단해졌던 건데... 그게 문제인 건지 그때는 몰랐어 ㅠㅠ 하루는 밤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조리원이 그렇게 따뜻한데도 너무너무 추운거야... 이불을 아무리 뒤집어써도 춥게 느껴지고.. 식은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거지.. 힘없이 침대에 누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 따르르릉- 나: 네...... 수유실: 산모님~ 밤수(밤에하는 수유) 하실거에요? 나: 네...... 해야죠.... 전화받고 겨우겨우 아이한테 내려갔는데... 선생님: 산모님??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셨어요?? 나: 모르겠어요.. 너무 추워요.... 선생님이 내 이마를 만져보시더니 난리가 난거야... 열이 40도까지 올랐는데 왜 호출 안하셨냐고;; 알고보니 그게 젖몸살 이었더라고 ㅠㅠ 그래서 남편한테 연락을 했어. 나: 오빠.. 어디야? B: 나 대학 동창모임 와있는데? 나: 아.. 그래? 미안한데 지금 조리원으로 오면 안될까? B: 왜?? 나: 내가 젖몸살이 너무 심하게 나서 열도 40도가 넘고.. 계속 마사지로 풀어줘야 한다고 해서 오빠가 와야될거 같아. 그랬더니 수화기 넘어로 나한테 한다는 말이 ㅋㅋㅋㅋ B: 나 늦게 끝날거 같은데? 심해? 나: 어.. 심하니까 연락했지.. B: 아.. 오랜만에 모인건데 끝나고 가면 안될까? 나: 상태가 많이 안좋다니까? 동창모임이 그렇게 중요해? B: 아니.. 1년에 한번밖에 못모이는데.. 내가 언제 밖에서 술마시는거 봤어? 1년에 한번인데 그것도 이해 못해줘? ??????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째는 평생에 한번 낳는건데요.....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더라고... 결국 그날 새벽 3시쯤.. 술냄새 팍팍 풍기면서 조리원에 왔어... 아파 죽겠는데 내 침대에 겨 들어와서 뻗어 자더라... (전화한건 밤 10시쯤이었음..-_-) 내가 다음날 섭섭하다고 뭐라 했더니 ㅋㅋㅋㅋ 그것도 이해 못해주냐면서 나를 나쁜년 취급하던데.. 이거 맞아?? 정말 하나하나 곱씹어 볼수록 이혼하길 잘한거 같아.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1~2화업데이트
신혼 초였어. 여름에 아이스커피 타먹는 거 좋아해서 얼음정수기를 렌탈했어. 근데 얼음기능을 쓸 때마다 자꾸 꺼져있는 거야. 그래서 B에게 물어봤지. 나: 정수기 얼음 기능 자꾸 꺼져있는데 혹시 오빠가 꺼놓는 거야? B: 어! 내가 꺼놨어. 나: 왜? B: 전기세 아끼려고. 나: ...? 오빠 이거 전기세 얼마 안 나와~~ B: 먹고 싶을 때 키면 되잖아. 나: ??? 아니 근데ㅋㅋㅋ 다시 키면 얼음 만드는데 한참 기다려야 되잖아? 얼음정수기 사는 이유가 내가 먹고 싶을 때 바로바로 먹으려고 사는 거 아냐?ㅋㅋㅋㅋ 이다음 대화가 대박이야.. 나: 오빠~ 그럼 한참 기다렸다가 먹어야 되자나~ 나는 바로바로 먹고 싶은데 그냥 켜놓자~~ 이거 전기세 천 원도 안 나와~~ B: 아 진짜... 전기세 내가 내잖아!!! 나: ....??? 순간 너무 어이가 없었어. 결혼생활 내내 맞벌이였고... 생활비는 당연히 둘이서 분담했는데 그중에 전기세는 B가 내는 거였거든. (참고로 렌탈비는 내가 냄..) 안 그래도 임신 중이라 여름 내내 더위를 많이 타서 얼음이 절실하던 때인데 서운하다 못해 기가 막히더라... 결국 전기세 내가 낼 테니까 켜놓으라고 그렇게 결론이 남...하... 전기세 아끼는 거.. 그래 좋은데 나는 이렇게까지 짜치게 살고 싶지는 않거든.. 그래서 열심히 돈 버는 거고..ㅠ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런 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애기가 피자 먹고 싶다고 해서 B카드로 시켜 먹었다가 세상 사치 다 부리는 여자 취급받은 적도 있고 ㅎㅎ (그 뒤로 시켜 먹는 건 무조건 내 카드로 삼) 진짜 결혼할 때 소비패턴 맞는 거 꼭꼭 확인해 봤으면 좋겠어. 이거보다 더한 쫌생이 모먼트 있는 사람?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1~2화업데이트
'그래.. 한번만나서 어떻게 알겠어. 두세번 더 만나보자.' 나는 그렇게 B와 연애를 시작했어. 그런데 사람이 참 단편적인게 뭔지 알아? X와의 결혼생활에서 내가 겪은건 바람, 병간호, 생활력 제로였잖아? 그러니까 딱 그것만 보게 되더라. 어디가서 여자 꼬실 재주 없는사람. 운동 좋아하고 건강한 사람. 한 직장에 오래 성실하게 일한 사람. 뭔가 전기같은 스파크는 없었지만 외로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연인이었지. 아마 B도 나를 딱 그 정도로 생각했을거야. 나: "이번달 생리가 좀 늦네" B: "그래? 임신한거 아니야?" 나: "임신? 우리 피임 다 했는데 설마... 몸이 안좋으면 좀 늦어질 때도 있어" B: "그래? 그럼 좀 있으면 하겠네" 하지만 일주일이 더 지나도 생리를 하지 않았어. 나는 결혼생활 4년간 피임을 한적이 없었어. 처음 1년간은 매달 생리할 때마다 실망의 연속이었지. 남편이 바람피기 딱 그 전까지 였지만.. 약국에 가서 임신테스트기를 샀어. 아주 희미하게 비치는 두 줄. '말도 안돼......' 참.. 운명의 장난 같지?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할때는 안오더니 아이를 안가지려고 노력하니까 온거야. 나: "임신 테스트기 두 줄 나왔어." B: "거봐.. 임신일거 같다고 했잖아.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나: "일단 병원가서 확인해보고.." B: "애기 키우는거 쉬운일 아니야.. 지우는게 나을거 같은데" 나: "그래... 그렇겠지...?" 계획에 없는 임신. 한참 일도 잘되가던 시기라 솔직히 지워야겠다고 생각했어. 첫번째 결혼의 충격이 컸기 때문에 재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어. 병원에 혼자 앉아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 뭐랄까... 외롭고 두렵고 슬픈 복합적인 감정 말이야. "여기 보이시죠? 이게 애기집이에요. 아직 심장소리 듣기에 이른 시기인데도 잘 들리네요" 콩닥콩닥콩닥콩닥. 이상하지. 아기에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뇌가 정지되는거 같았어. '아기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구나..' 그렇게 멍하니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시작했어. Dr: "착상도 잘 되었고 아기 심장도 잘뛰고 있네요. 축하드려요." 나: "아... 네..... 저....." Dr: "....??" 괜찮으니 질문하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 선생님. 나: "저... 혹시... 중절수술이 되나요?" Dr: "아.. 왜요?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요? 아이 아빠가 반대하나요?" 나: "뭐... 네..." Dr: "저희는 중절수술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축복입니다. 어떤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나: "네...."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들고 집으로 오는 내내 콩닥거리던 심장소리가 머리속을 맴돌았어. 집으로 온 나는 B에게 전화를 걸었어. B: "확인했어?" 나: "응.. 임신이래.." B: "중절수술 가능하데?" 나: "우리 내일 만나서 얘기할까?"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그래.. 그 순간. 나의 세상이 뒤집혔던 거 같아. 다음날 나는 B에게 이렇게 얘기했어. 나: "아기 원하지 않는거 알아. 그런데 심장소리를 듣고나니 못지우겠어. 오빠가 원치 않으니까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혼자 낳아서 기르려고해. 나 충분히 그럴 능력은 돼." B: "그냥 지우면 되는데 뭐하러 그래." 나: "못지우겠으니까 하는 말이야. 오빠는 원치 않으니까 혼자 키우겠다는 거고. 당연히 힘들겠지. 쉬울거라고 생각해서 한 결정 아니야."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지? 알아.. 어쨋든 완벽하게 피임하지 못한건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결과고 아이는 낳겠다고 하는 것도 내 이기심이란걸. 하지만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이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어. B: "아이를 낳을거면 결혼하자." 나: "결혼 안해도 돼. 억지로 하는 결혼은 원하지 않아. 결혼하고 싶어서 애기 낳자는 것도 아니고." B: "아니? 애기를 낳는다면 결혼해야 된다고 생각해. 혼자 키우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결혼하자." 나는 그렇게 B와 두번째 결혼을 하게 되었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천사를 얻었고 동시에 지옥같은 11년간의 결혼생활이 시작되었지. 사랑이 없는 결혼, 통하지 않는 대화, 이해가 없는 서로, 첫번째 결혼과는 다른 의미의 지옥. 그속에서 펼쳐지는 희노애락 스토리.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B: "이거 제 차키랑 지갑좀 넣어주실래요?" 나: "네?" B: "들고다니기 불편해서요." 나: "아...네..." 대답이 끝나자마자 본인 차키랑 지갑을 내 가방에 던져넣는 B. 나: '...?? 뭐 이렇게 무례한 사람이 다있지?' 이게 B의 첫인상이었어. 소개팅 첫만남.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시간이 남아서 잠시 카페에 가서 차한잔 하고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야. 그 때 본 영화가 '비긴 어게인'이야. 잔잔한 OST가 좋은 로맨스 영화. 한참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B가 말을 걸었어. B: "아니 여기 나오는 노래 다 비슷하지 않아요? 다 똑같이 들리는데..." 나: '하.. 그냥 영화나 보세요'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B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어.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B가 배고프지 않냐며 밥먹으러 가자고 하더라고. B: "제가 요즘 핫하다는 밥집을 알아왔거든요" 그렇게 간 핫한 밥집. 바푸리김밥^^ 소개팅 첫만남에 보통 분식을 먹나? 아.. 이사람 내가 맘에 안들어서 이러는 건가? 빨리 먹고 헤어져야겠다. 내가 한 생각들이야 ㅋㅋㅋ B: "제가 원래 오늘 친한 친구 결혼식이었거든요" 나: "아...네..." B: "오늘 거길 갔어야 하는데 여기를 나왔네요." 나: "그럼 거기 가지 그러셨어요?" 대화도 잘 안이어지고 불편하다는 생각만 들었어. 밥먹으면 헤어지자고 하겠지? 그렇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B: "잠깐 산책하실래요?" 나: "네??" B: "날도 좋은데 잠깐 걸으면 좋을것 같아서요." 나: "네..." 이때의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마지못해 산책을 시작했어. 산책길이 매끄러운 길은 아니었어서 구두를 신은 나는 조금 휘청거렸어. B: "괜찮아요?" 넘어질까봐 내밀어준 손이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잡고 중심을 잡았지. B: "저기 앞에 정자에서 좀 쉬죠." 그렇게 정자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 '아니.. 하는 행동이나 말을 들어보면 내가 맘에 안드는거 같은데.. 왜 집에 안가는거지?' 그렇게 어색하게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새 해가 지려고 하더라고. B: "이제 집에 들어가죠." 나: "그래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어 ㅋㅋ 그렇게 내집 앞에서 인사하고 우리는 헤어졌지. 나: "하.. 고된 하루였다. 어차피 애프터 안올거 같으니까 신경쓰지 말아야겠다." 나는 집에 들어가서 바로 씻고 금방 잠이 들었어. 다음날 아침. 알람소리에 핸드폰을 봤는데 떠있는 카톡 메세지. B: "잘 잤어요? 오늘 출근 잘해요. 그리고.. 또 봤으면 좋겠어요."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S: "그래서 얘한테 했어, 안했어?" E: "아니.. 그게...." S선배와 E선배는 열감기에 시달리는 나를 앞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어. 자신들의 감정에만 휩싸여서 식은땀을 흘리며 눈도 제대로 못뜨는 내 상태는 안중에도 없었지. 짤그랑! 나는 들고 있던 찾잔을 컵받침에 세게 내려놓았어. 나 : "그만들 좀 하시죠. 불륜을 하시던 사랑싸움을 하시던 상관없는데요. 아픈사람 앞에두고 뭐하시는 거에요? 맘 같아서는 이거 얼굴에 뿌려버리고 싶은거 꾹 참고 있는거거든요. 두분 사이에 다시는 제가 거론될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이런 패턴이더라. 조용조용하게 다니고 웃으면서 다 맞춰주니까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나는 눈밖에 난 사람에게까지 친절할 정도로 속좋은 사람은 아니거든. 성질을 부리면 표정들이 가관이지. 어? 얘도 화를 낼줄 아는구나 하는 그 표정. S: "빨리 사과해~" E: "어.. 그래.. 미안하고.. 그.. 들어가서 푹쉬어" '하... 한심한 인간들...' 집으로 들어온 나는 열이 펄펄나서 축처진 몸을 침대에 누였어. '......외롭다...' 이혼후 처음으로 느끼는 외로움이었어. X랑 헤어졌을때 여러 선배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셨어. 충격이 크겠지만 아이도 없고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그러면서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 주셨는데 다 거절하던 나였어. 일에 집중하며 살았더니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참 외롭더라. 그래.. 밥한번 먹는건데.. 한번 나가볼까...? 그렇게 나는 B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주말에 영화를 보기로 했어. 2014년 09월 27일. 10년이 넘는 긴 여정의 막을 올린 그 날.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여행 둘째날. 나는 이혼의 슬픔을 잊기 위해서 여행을 더 즐기려고 노력했어. 에메랄드 빛 바다 바람, 거기에 나부끼는 맥시드레스. 시장을 구경하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 방울 마저도 좋았어. 그래.. 그때까지는 다 좋았어. 나는 S선배와 한방을 쓰고 있었는데 둘째날에는 다른 선배들과 한잔 하자고 하셨어. 해외 여행가서 마시는 술맛은 왠지 다르게 느껴지더라. 열심히 일한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라 더 좋았던거 같아. 나는 선배들과 술을 마시면 바짝 긴장해있는 타입이라 적당히 장단맞춰 드리며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냈어. 한분, 두분 술에 취해서 혀가 꼬이고 눈이 풀려가셨지. "많이 취하신거 같은데 그만 방으로 가요." 새벽 3시. 나는 S선배와 함께 우리방으로 돌아왔어.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술까지 마셨더니 고단하더라. 나는 금방 잠이 들었어. '으으.....' 다음날 아침. 숙취에 작은 탄식을 뱉으며 눈을 떴는데.. 내 침대 왼쪽에 E선배가 쪼그리고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어. !!!!! 놀란 토끼눈으로 E선배를 바라보는 나. S선배는 어딜 갔는지 옆 침대가 비어있었어. "잘잤어?" 특유에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아침인사를 건네더니.. 이내 내 셔츠 속으로 들어오는 손.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놀라기보다는 기분이 더러웠다는 표현이 맞는거 같아. "아.. 왜? 별로야?" "네?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당장 손 치우세요." 정색하며 뱉은 말투에 멋쩍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나가는 E선배. '이게 무슨.... 하... 미친놈인가?' E선배는 유부남이자 S선배의 애인이었어. 당시 S선배는 남편분과 별거하면서 이혼을 준비중이었어. E선배는 그냥 유부남. 항상 쉬쉬하면서 다니지만 누가봐도 둘은 사귀는 사이였지. S선배는 나에게 종종 둘의 얘기를 하곤 했는데 나는 도통 S선배가 E선배와 사귀는게 이해되지 않았어. 불륜인것도 그렇지만 S선배는 일도 잘하고 외모도 잘 꾸미는 사람이었고 E선배는 내 기준에 엄청 짜치는 사람이었거든.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되게 이기적이면서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내가 딱 싫어하는 타입에 사람이었어. 여행에서 돌아온 내게 또다시 E선배 얘기를 하는 S. "라이언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꼭 E선배랑 만나셔야 되요? 그분이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제가 보기에 그분은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어요. 놀아나고 있는게 뻔한데 왜 헤어지지 못하세요?" 그래... 믿고싶었겠지... 그런 쓰레기라도 사랑한 거겠지. 어떤 심정인지 알겠는 내가 짜증나더라고. 안되겠다 싶었던 나는 푸켓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 "뭐라고..? 진짜 그런 일이 있었어?" "네..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쓰레기에요 그사람. 정신 차리세요." 못믿겠다는 표정의 S선배. 이 이상 둘사이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둘이 만나던 말던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 며칠뒤, 심한 몸살에 걸려서 회사에도 못나가고 기침과 열에 시달리고 있었어. 울리는 전화소리. 발신인은 S선배. "어~ 진애야~ 아픈데 미안한데.. 잠깐 볼수 있을까? 너네 집앞 카페로 갈게" "아.. 급한 일이세요? 몸이 많이 안좋아서요.." "그래? 오늘 꼭 좀 봤으면 해서" "알겠어요.. 오시면 연락주세요." 겨우겨우 몸을 이끌고 나간 카페에는 S선배와 E선배가 함께 앉아있었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S : 언니, 여기요! 요령 없이 열심히만 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 S선배는 나를 J선배에게 소개했어. J : 어, 그래. 얘가 김진애FC구나. 올려 그린 아이라인에 얇은 입술. 치켜뜬 눈썹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불만스러움. S : 김진애FC 일 좀 알려주면 잘 할 것 같아요. 언니가 좀 많이 알려주세요. J : 아니 니가 데려와 놓고 왜 나한테 알려주래? 잘나신 라이언님이 알려주세요. S : 아휴 진짜 왜 그래요? 언니도 라이언이잖아요. J : FC는 이미지가 중요해. 옷부터 사러 가자. 우리는 이천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향했어. 그때 당시에 나는 아울렛에서 쇼핑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왠지 모를 자존심 + 뭐든지 배워야 한다는 집념으로 무리해서 옷을 몇 벌 샀어. 그 뒤로 S선배, J선배와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일도 많이 배우고 회사에 완벽하게 적응해가기 시작했어. 그사이 J선배는 매니저가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J선배 팀으로 들어갔지. J : 진애 어디니? 나 : 저 지금 계약 받으러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J : 아유~ 지점장님이 요즘 우리 진애 덕에 웃는다고 하시더라. 운전 조심해서 하고 특이사항 있으면 연락해. 나 : 네, 알겠습니다. 우리 지점은 사실 실적을 못하는 지점이었어. 거의 고인물 선배님들만 계셨는데 잘하시는 분들이 극소수였거든. 젊은 신입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들어와도 선배들 등살에 나가기 일수였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젊은 피가 나였어. J : 6시 마감인데 청약 아직이니? 나 : 지금 싸인하고 계시는데 수금이 6시 조금 넘을 것 같아요. 마감이 3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계약이 제때 안 들어가면 고객님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상황이라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어. J : 총무에게 말해놓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약만 해. 나 : 네, 감사해요. 왜 이렇게 촉박할 때는 전산이 버벅대는지...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고객님도 덩달아 긴장하셨어. 고객님 : 다 된 거 같은데요? 나 : 잠시만요 처리 요청해 볼게요. 급하게 매니저님께 전화를 했어. 나 : 입금 완료되었어요! 처리 가능할까요? J : 내가 누구니? 바로 처리 완료했다. 축하해, 김진애FC. 나의 첫 썸머. 고객님께 유리하게 계약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나에게도 중요한 프로모션이 걸려있던 계약이었어. 썸머는 두 달 동안 일정 목표를 부여하고 그걸 달성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시책이야. 썸머, 윈터 이렇게 1년에 두 번 열리는 큰 프로모션이었어. 나에게는 남 얘기처럼만 여겨졌던 썸머를 달성한 거야. 나도 이제서야 이 업계에 일원이 된 거 같은 기분이었지. 푸켓으로의 3박 4일 여행. 전액 회사 지원. 한껏 들뜬 나는 캐리어도 좋은 걸로 장만하고 수영복도 사고, 맥시드레스도 처음 사봤어. 그렇게 떠난 나의 첫 썸머. 처음 사 본 맥시드레스 자락이 푸켓의 바닷바람에 기분 좋게 찰랑거렸어. 내 인생에도 드디어 볕이 드는구나, 마음이 설레더라. 3박 4일간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간직해서 오고 싶었는데... 여행 둘째 날.. 그 일이 터지고 말았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업데이트
"비서하던 애를 설계사로 왜 뽑아? 수준 떨어지게.." 내 등 뒤로 들리던 선배들의 수군거림. 내가 입사한 보험사는 외국계 회사였는데 입사하기가 꽤나 까다로운 곳으로 유명했어. 예전에는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이 아니면 입사를 못했다고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입사 제안을 받았을때는 문턱이 매우 낮아져 있었지. 전에 얘기했듯이 나는 보험회사에 비서로 취직을 했어. 15년전 그 때 당시 급여가 70만원 이었는데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서 큰 불만없이 다녔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비서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 이 아니라 '허드렛일 하는 잡부' 쯤으로 생각했던거 같아. 내가 일했던 팀의 팀장님은 성격이 매우 다정하고 선하신 분이었어. "진애씨, 나랑 일하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돈 많이 번다, 비전이 있다 이런 얘기는 듣는둥 마는둥 했던 내가 저 한마디에 입사를 결정했으니 그만큼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이지. 본사에서 교육도 열심히 받고 팀장님께 조언도 구하면서 요령은 없지만 나름 열심히 일에 적응해가던 어느날이었어. 탕비실에 팜플렛을 가지러 가는데 들려온 여자 선배님의 목소리. "아니 000매니저는 생각이 있는거래? 아무리 팀원 확충이 시급해도 그렇지. 무슨 비서하던 애를 설계사로 뽑았대?" "그러니까 말이야.. 진짜 수준 다 떨어지게." "뻔하지~ 우리가 돈좀 버는거 같으니까 꼴에 해보겠다고 한거 아니겠어?" "ㅋㅋㅋ그러게~ 뭐 3개월쯤 하다가 그만두겠지" 이 때 처음으로 알았던거 같아. 하하호호 하는 얼굴을 믿으면 안되는구나 하는 걸. 분하지만 보험설계사 일은 쉽지 않았어. 계약을 안한다는 친구 앞에서 엉엉 눈물을 흘린적도 있고 월급이 30만원밖에 안나와서 엄마에게 돈을 빌린적도 있어. 나의 절박한 상황들이 아니었다면 선배들 말처럼 쉽게 포기했었을지도 몰라. 힘든 상황이 있을 때마다 팀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 마치 아빠같았달까.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 마감회식을 하던 자리였어. "오늘은 중대한 발표가 있습니다." 웬일인지 팀장님께서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떼셨어. "우선 김진애FC에게 제일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는거지..?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 "이런 저런 설명을 하자면 복잡하지만 도저히 이 상태로는 안될것 같아서요. 이번 회식이 송별회가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나를 무시하는 선배들 속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팀장님의 퇴사소식. "김진애FC 나를 원망해도 내가 할 말이 없네. 기껏 같이 일하자고 하고는 금방 그만둬서 미안해." "아니에요. 팀장님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셨겠죠. 어떤 일을 하시던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경솔하게 행동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차분하게 마지막을 마중해드렸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나는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정말 홀로서기를 해야되는 상황이 되었어. '아... 아직 모르는게 많은데..' 솔직히 너무 막막했어. 고아가 된 심정이었지. 그렇게 또 몇달을 낑낑대며 뭘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던 그때. "김진애FC~ 지금 시간돼?" "네~ 괜찮아요." "그럼 우리 차 한 잔 할까?" 우리 회사에는 라이언이라는 직급이 있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업적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상위 직급이었어. G-S-E-R 순으로 높아지는 직급이었는데 G라이언님이신 한 여자 선배님께서 차한잔 하자고 부르신거야. '와.. G라이언님이다...' 그때당시 나에게는 저 위에 있는 별같은 존재였기에 신기하기만 했었지. 대화도 거의 해본 적 없는 분이라 더 그랬던거 같아. "요즘 힘들지?" "아.. 네... 하하 그렇죠뭐^^;;" "보니까 열심히 하려는거 같던데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는거 같더라고." "네..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막막하긴 해요." "나도 예전에 엄청 힘들게 일해봐서 그 심정 잘 알아. 꼭 예전에 날 보는 거 같아서 도와주고 싶더라고." 그렇게 선배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어. 앞으로 이 선배님은 S라고 부르도록 할게. 이 인연은 과연 선연이었을까? 악연이었을까? 성공, 불륜, 하극상. 그리고 두번째 결혼. 또다시 펼쳐질 기나긴 여정과 그 속에 희노애락 스토리.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다 제수씨를 사랑해서 그런 거에요. 제수씨가 이해를 해야하지 않겠어요?" '제수씨? 날 언제봤다고..' 조금 서늘한 공기속에 동그랗게 둘러않은 세사람. 나, 어머님, 그리고 덩치 큰 삼촌. "이해를 하라고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내뱉은 질문에 어머님이 입을 열었어. "그래, 아가.. X도 너를 고생시키는게 미안하니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려고 그런거지.. 절대 혼자 잘먹고 잘살자고 그런게 아니야.. 그동안 같이 산 정이 있는데 용서하고 다시 합치는게 어떻겠니?" 뻔했다. 내가 돈을 좀 번다 싶으니 아쉬워진거겠지. 나를 위해서 2년간 거짓 직장생활을 하며 5억의 빚을 졌다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더이상 듣고 있을수가 없었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어머님은 내 반응에 놀라는 눈치였어. 결혼 생활 내내 애교많고 곰살맞게 굴던 며느리였기에 나에 차가운 표정과 말투가 낯설었겠지.. "제수씨, 그러지 말고 한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봅시다. 예?" 더이상 무슨 할말이 있다는 건지..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제수씨라는 호칭에 견딜수 없는 분노가 내 머리를 집어삼키고 있었어. "저는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할거면 X본인이 와서 하라고 하세요. 그쪽이 뒤를 봐주는 삼촌이건 뭐건간에 왜 당사자는 뒤로 쏙 빠져 있는거죠?" "아니 그건..." 나는 어머님의 말을 잘라버렸어. "저는 변명 듣고 있을 시간 없구요. 다시 한번 더 이런식으로 찾아오시면 경찰에 신고할테니 그런줄 아세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바로 일어나서 회사로 돌아왔어. 한참을 지하 주차장에서 멍하니 있었어. 파르르 떨리는 입술위로 흐르는 눈물... 또다시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님의 번호를 차단했어. 그렇게 몇일 뒤... 주말 아침을 깨우는 벨소리. 모르는 번호. "여보세요?" "난데! 도대체 보험 명의 이전 왜 안해주는거야?" 발신자는 X였어. "뭐라고?" "저번에 엄마가 찾아가서 얘기했다며. 보험 이전해 달라고. 왜 안해주는건데?" "하... 우리 이혼하고 처음하는 통화야 지금.. 그런데 전화 받자마자 나한테 따지는게 정상이니? 자살소동도 무턱대고 찾아간것도 미안하다. 아니 적어도 안부라도 묻는게 먼저 아니야? 니가 이러니까 명의이전 안해주는거야. 한번만 더 전화하면 보험 다 해지해버릴테니까 내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연락하지마." 뚝!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어. 그뒤로 X도 어머님도 연락은 없었어. X가 지병이 있으니 보험이 해지될까봐 무서웠겠지. 추후에 보험회사 직원분 통해서 명의 이전은 다 해줬어. 그렇게 나의 첫번째 결혼은 막을 내렸어. 이후에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일에 매달렸어. 나는 이 뒤에 행복해졌냐고? 글쎄.. 일을 하면서 기쁘고 보람된 순간도 많았지만 매우 혹독하게 인생공부를 하게 되었어. 마치 악의 소굴 같았던 그 곳에서 벌어진 나의 성장과 비극과 모든 희노애락... 그리고 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의 핵심인물들인 이빨 빠진 사자와 늙은 여우 두마리. 내 인생을 응원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의 이야기로 또 함께 울고 웃기를... 첫번째 결혼 Ep. END.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자살할 사람은 그렇게 티내지 않아." 그래.. 나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자살을 경험한 나였다. 늘 삶에 미련이 없다고 말했던 친구였지만..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긴 그때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모르게 우릴 떠났었다. "카카오스토리에 글 올린거 보면 그냥 관심 끌려고 그런거 같아.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동생의 위로를 뒤로 하고 한때는 나의 보금자리였던 그 곳으로 향했어. 그 곳에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고모님내외 그리고 X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모여 있었어. "그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시어머니의 물음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더라. "처음부터 다 말씀드릴게요.." 나는 X가 결혼 11개월만에 바람핀 것부터 2년이 넘게 거짓 직장생활을 했다는 것... 빚이 5억이 넘는다는 것까지 모두 털어놓았어. 모두가 날 추궁하듯이 쳐다보던 그 무거운 공기에 나는 말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어. 이야기를 마치고 얼굴을 들었는데... 정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시아버님의 표정... 나를 경멸한다는 듯이 쳐다보던 그 눈빛... "이만 가봐라." 고개를 돌리고 짧게 내뱉은 시아버님의 한마디..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꾸역꾸역 주워 담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나는 한참을 거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을 한없이 쏟아냈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웅웅- 울리는 진동벨. "네 언니.." "진애야. X.. 경찰이 찾았대" "어디서요...?" "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멀쩡하게 PC방에 있었데 글쎄" ".......다행이에요..." 미움보다 먼저 안심이 되었던건 내가 경험한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의미의 안심이었을까..? X의 자살소동은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나는 3일.. 그래, 딱 3일 동안 정말 많이 힘들어했어. '일하자.. 일에 집중하자.. 그래야겠어' 다시 회사를 출근하고 나는 워커홀릭이 되었어. 매일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어. 당연히 그만큼 성과도 좋았고.. 선배님들은 아이가 생기지 않은게 조상신이 도운거라며 이제 좋은일만 있을거라고 하셨지. 그렇게 또 한 달즈음 지난 어느날.. X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어.. "여보세요...?" "어! 아가~ 잠깐 통화 가능하니?" '아가...?' "무슨 일이신데요?" "저기... 그게 말이지...." 할아버님의 재산까지 모두 탕진한 터라 빚더미에 앉아 병원비가 없다.. 아픈 사람은 살리고 봐야하지 않겠냐.. 결국은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였어.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검사비랑 약값이랑 해서 300만원정도 필요한데.."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 대신 다시는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어머! 그래! 지금 바로 가능하니? 아이고 고맙다 아가~" "아가라는 표현도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하하.. 그렇지? 어쨌든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걸로 끝이에요. 연락하지 마세요." 연민.. 내가 너무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라 남아있던 감정이었겠지. 지금도 그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모든 걸 잃은 X를 가여히 여기는 내 마음이었을거야.. 그렇게 일주일 뒤. 웅웅- 울리는 진동벨. 또다시 그녀. "다시 연락하지 않기로 하셨잖아요." "미안하다~ 내가 꼭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바쁘니까 간단하게 얘기하세요." "아니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저 그럴 시간 없어요. 만날 이유도 없구요." 이 뒤에 들려온 소름끼치는 그녀의 말. "나 지금 너네 회사 1층이다. 니가 내려올래, 내가 올라갈까?"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우리... 이혼하자." 이 말은 상상도 하지 못헀다는 표정으로 나를 처다보는 남편. "진짜로...??" "응. 진짜로." 내가 진심이 아니면 내뱉지 않는다는걸 잘 아는 남편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를 봤어. "그럼... 잠깐만...." 안방으로 들어간 남편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어. 오열하는 울음소리에서 나는 어떤 연민도 느끼지 못했어. 당시의 내 마음은 남편이 저지른 바람과 셀수도 없는 거짓말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울다 나온 남편이 내게 말했어. "알았어.. 이혼해줄게." 우리의 이혼은 의외로 아주 쉬웠어. 집은 전부 빚이었기 때문에 분할할 재산이 없었고 수원에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가 있었는데 거기에 들어간 돈 천만원과 타던 차를 위자료로 받았어. (그런데 이 차도 한달도 안되서 압류됨..하하...) 나는 천만원을 보증금 삼아서 월세방을 구해서 나왔고 아이가 없었던 우리는 합의이혼으로 금방 서류정리도 되었지. 마음이 너무 복잡해진 나는 친한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묵었어. 혼자 있는게 힘들었거든. 다음날 아침, 동생네 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소리. "네~ 언니~" "진애야... 지금 어디야?" "저 아는 동생네 집에와서 아침먹고 있어요" "그랬구나.. 혹시 너 X 소식 들었니?" "네? 무슨 소식이요?" "하... 지금 걔가 카카오스토리에 이상한 글을 쓰고 사라졌어." ".....네?" "전화 끊으면 스토리 확인해봐.. 그리고 진애야. 너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될것 같아." "왜요 언니.. 무슨 일인데요.." "너 이혼사유..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아무래도 밝혀야 할것 같아." 그래. 나와 X는 지인들이 꾀나 많이 겹쳐져 있었어. 그래서 X의 치부를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어. 지인들이 이혼사유를 물어보면 그냥 성격차이라고 둘러댔지. 그래도 한때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착한 X로 모두의 기억에 남길 바랬거든. "지금 사람들이 난리도 아니야. 너가 아픈 X를 돌보기 싫어서 너무 힘드니까 버린거다. 그 충격에 X가 이런 일을 벌인거다. 완전 너가 쓰레기 인것처럼 사람들이 떠벌리고 있어." "......." "진애야.. 그냥 다 밝혀. 걔 이미지 지키려고 니가 욕먹는건 아닌거 같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우선 스토리부터 들어가 볼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카카오스토리에 들어가 보았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무능력한 나쁜놈이다. 그래서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 결혼 생활 내내 힘들게만 하고 나같은 놈은 살 가치가 없다. 그래서 이제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투두둑- 슬픔의 눈물인지 분노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이 떨어졌어. "진짜... 이게 모야.....ㅠㅠ" 걱정어린 목소리로 무슨일이냐고 묻는 동생에게 대략적인 정황을 얘기하고 나는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어.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 남편의 바람, 병간호, 그리고 3년간의 거짓말...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먹잇감으로 삼지 말라는 말, 그리고 X를 부디 찾아달라는 부탁까지.. 남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어차피 1시간 이내에 내 글을 다 볼거라고 생각해서 딱 1시간만 올려놓고 글을 삭제했어. '끝까지 정말... 끝까지.....' 감정소모가 너무 심해서 지칠대로 지친 나는 소파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어, "언니..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좀 쉬어." 동생이 덮어준 이불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그때. 또다시 울리는 전화소리. 발신자는 시어머니. "여보세요...?" "얘! 지금 어디니?" "저 아는 동생네 와있는데 무슨 일이세요?" "무슨일이긴! X가 없어진거 아니 모르니?" "......." "당장 집으로 넘어와라!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알아야겠다." "...알겠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어. '그래.. 어른들께도 그냥 다 밝히자.." 나는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한때는 나의 보금자리였던 그 곳으로 향했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