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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모모
...산전 수전 공중전... 그속에 희노애락 에세이 《매주 일요일 밤 업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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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 언니, 여기요! 요령 없이 열심히만 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 S선배는 나를 J선배에게 소개했어. J : 어, 그래. 얘가 김진애FC구나. 올려 그린 아이라인에 얇은 입술. 치켜뜬 눈썹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불만스러움. S : 김진애FC 일 좀 알려주면 잘 할 것 같아요. 언니가 좀 많이 알려주세요. J : 아니 니가 데려와 놓고 왜 나한테 알려주래? 잘나신 라이언님이 알려주세요. S : 아휴 진짜 왜 그래요? 언니도 라이언이잖아요. J : FC는 이미지가 중요해. 옷부터 사러 가자. 우리는 이천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향했어. 그때 당시에 나는 아울렛에서 쇼핑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왠지 모를 자존심 + 뭐든지 배워야 한다는 집념으로 무리해서 옷을 몇 벌 샀어. 그 뒤로 S선배, J선배와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일도 많이 배우고 회사에 완벽하게 적응해가기 시작했어. 그사이 J선배는 매니저가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J선배 팀으로 들어갔지. J : 진애 어디니? 나 : 저 지금 계약 받으러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J : 아유~ 지점장님이 요즘 우리 진애 덕에 웃는다고 하시더라. 운전 조심해서 하고 특이사항 있으면 연락해. 나 : 네, 알겠습니다. 우리 지점은 사실 실적을 못하는 지점이었어. 거의 고인물 선배님들만 계셨는데 잘하시는 분들이 극소수였거든. 젊은 신입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들어와도 선배들 등살에 나가기 일수였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젊은 피가 나였어. J : 6시 마감인데 청약 아직이니? 나 : 지금 싸인하고 계시는데 수금이 6시 조금 넘을 것 같아요. 마감이 3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계약이 제때 안 들어가면 고객님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상황이라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어. J : 총무에게 말해놓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약만 해. 나 : 네, 감사해요. 왜 이렇게 촉박할 때는 전산이 버벅대는지...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고객님도 덩달아 긴장하셨어. 고객님 : 다 된 거 같은데요? 나 : 잠시만요 처리 요청해 볼게요. 급하게 매니저님께 전화를 했어. 나 : 입금 완료되었어요! 처리 가능할까요? J : 내가 누구니? 바로 처리 완료했다. 축하해, 김진애FC. 나의 첫 썸머. 고객님께 유리하게 계약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나에게도 중요한 프로모션이 걸려있던 계약이었어. 썸머는 두 달 동안 일정 목표를 부여하고 그걸 달성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시책이야. 썸머, 윈터 이렇게 1년에 두 번 열리는 큰 프로모션이었어. 나에게는 남 얘기처럼만 여겨졌던 썸머를 달성한 거야. 나도 이제서야 이 업계에 일원이 된 거 같은 기분이었지. 푸켓으로의 3박 4일 여행. 전액 회사 지원. 한껏 들뜬 나는 캐리어도 좋은 걸로 장만하고 수영복도 사고, 맥시드레스도 처음 사봤어. 그렇게 떠난 나의 첫 썸머. 처음 사 본 맥시드레스 자락이 푸켓의 바닷바람에 기분 좋게 찰랑거렸어. 내 인생에도 드디어 볕이 드는구나, 마음이 설레더라. 3박 4일간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간직해서 오고 싶었는데... 여행 둘째 날.. 그 일이 터지고 말았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업데이트
"비서하던 애를 설계사로 왜 뽑아? 수준 떨어지게.." 내 등 뒤로 들리던 선배들의 수군거림. 내가 입사한 보험사는 외국계 회사였는데 입사하기가 꽤나 까다로운 곳으로 유명했어. 예전에는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이 아니면 입사를 못했다고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입사 제안을 받았을때는 문턱이 매우 낮아져 있었지. 전에 얘기했듯이 나는 보험회사에 비서로 취직을 했어. 15년전 그 때 당시 급여가 70만원 이었는데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서 큰 불만없이 다녔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비서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 이 아니라 '허드렛일 하는 잡부' 쯤으로 생각했던거 같아. 내가 일했던 팀의 팀장님은 성격이 매우 다정하고 선하신 분이었어. "진애씨, 나랑 일하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돈 많이 번다, 비전이 있다 이런 얘기는 듣는둥 마는둥 했던 내가 저 한마디에 입사를 결정했으니 그만큼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이지. 본사에서 교육도 열심히 받고 팀장님께 조언도 구하면서 요령은 없지만 나름 열심히 일에 적응해가던 어느날이었어. 탕비실에 팜플렛을 가지러 가는데 들려온 여자 선배님의 목소리. "아니 000매니저는 생각이 있는거래? 아무리 팀원 확충이 시급해도 그렇지. 무슨 비서하던 애를 설계사로 뽑았대?" "그러니까 말이야.. 진짜 수준 다 떨어지게." "뻔하지~ 우리가 돈좀 버는거 같으니까 꼴에 해보겠다고 한거 아니겠어?" "ㅋㅋㅋ그러게~ 뭐 3개월쯤 하다가 그만두겠지" 이 때 처음으로 알았던거 같아. 하하호호 하는 얼굴을 믿으면 안되는구나 하는 걸. 분하지만 보험설계사 일은 쉽지 않았어. 계약을 안한다는 친구 앞에서 엉엉 눈물을 흘린적도 있고 월급이 30만원밖에 안나와서 엄마에게 돈을 빌린적도 있어. 나의 절박한 상황들이 아니었다면 선배들 말처럼 쉽게 포기했었을지도 몰라. 힘든 상황이 있을 때마다 팀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 마치 아빠같았달까. 그렇게 6개월이 흐르고.. 마감회식을 하던 자리였어. "오늘은 중대한 발표가 있습니다." 웬일인지 팀장님께서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떼셨어. "우선 김진애FC에게 제일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는거지..?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 "이런 저런 설명을 하자면 복잡하지만 도저히 이 상태로는 안될것 같아서요. 이번 회식이 송별회가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나를 무시하는 선배들 속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팀장님의 퇴사소식. "김진애FC 나를 원망해도 내가 할 말이 없네. 기껏 같이 일하자고 하고는 금방 그만둬서 미안해." "아니에요. 팀장님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셨겠죠. 어떤 일을 하시던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경솔하게 행동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차분하게 마지막을 마중해드렸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나는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정말 홀로서기를 해야되는 상황이 되었어. '아... 아직 모르는게 많은데..' 솔직히 너무 막막했어. 고아가 된 심정이었지. 그렇게 또 몇달을 낑낑대며 뭘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던 그때. "김진애FC~ 지금 시간돼?" "네~ 괜찮아요." "그럼 우리 차 한 잔 할까?" 우리 회사에는 라이언이라는 직급이 있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업적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상위 직급이었어. G-S-E-R 순으로 높아지는 직급이었는데 G라이언님이신 한 여자 선배님께서 차한잔 하자고 부르신거야. '와.. G라이언님이다...' 그때당시 나에게는 저 위에 있는 별같은 존재였기에 신기하기만 했었지. 대화도 거의 해본 적 없는 분이라 더 그랬던거 같아. "요즘 힘들지?" "아.. 네... 하하 그렇죠뭐^^;;" "보니까 열심히 하려는거 같던데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는거 같더라고." "네..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막막하긴 해요." "나도 예전에 엄청 힘들게 일해봐서 그 심정 잘 알아. 꼭 예전에 날 보는 거 같아서 도와주고 싶더라고." 그렇게 선배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어. 앞으로 이 선배님은 S라고 부르도록 할게. 이 인연은 과연 선연이었을까? 악연이었을까? 성공, 불륜, 하극상. 그리고 두번째 결혼. 또다시 펼쳐질 기나긴 여정과 그 속에 희노애락 스토리.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다 제수씨를 사랑해서 그런 거에요. 제수씨가 이해를 해야하지 않겠어요?" '제수씨? 날 언제봤다고..' 조금 서늘한 공기속에 동그랗게 둘러않은 세사람. 나, 어머님, 그리고 덩치 큰 삼촌. "이해를 하라고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내뱉은 질문에 어머님이 입을 열었어. "그래, 아가.. X도 너를 고생시키는게 미안하니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려고 그런거지.. 절대 혼자 잘먹고 잘살자고 그런게 아니야.. 그동안 같이 산 정이 있는데 용서하고 다시 합치는게 어떻겠니?" 뻔했다. 내가 돈을 좀 번다 싶으니 아쉬워진거겠지. 나를 위해서 2년간 거짓 직장생활을 하며 5억의 빚을 졌다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더이상 듣고 있을수가 없었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어머님은 내 반응에 놀라는 눈치였어. 결혼 생활 내내 애교많고 곰살맞게 굴던 며느리였기에 나에 차가운 표정과 말투가 낯설었겠지.. "제수씨, 그러지 말고 한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봅시다. 예?" 더이상 무슨 할말이 있다는 건지..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제수씨라는 호칭에 견딜수 없는 분노가 내 머리를 집어삼키고 있었어. "저는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할거면 X본인이 와서 하라고 하세요. 그쪽이 뒤를 봐주는 삼촌이건 뭐건간에 왜 당사자는 뒤로 쏙 빠져 있는거죠?" "아니 그건..." 나는 어머님의 말을 잘라버렸어. "저는 변명 듣고 있을 시간 없구요. 다시 한번 더 이런식으로 찾아오시면 경찰에 신고할테니 그런줄 아세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바로 일어나서 회사로 돌아왔어. 한참을 지하 주차장에서 멍하니 있었어. 파르르 떨리는 입술위로 흐르는 눈물... 또다시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님의 번호를 차단했어. 그렇게 몇일 뒤... 주말 아침을 깨우는 벨소리. 모르는 번호. "여보세요?" "난데! 도대체 보험 명의 이전 왜 안해주는거야?" 발신자는 X였어. "뭐라고?" "저번에 엄마가 찾아가서 얘기했다며. 보험 이전해 달라고. 왜 안해주는건데?" "하... 우리 이혼하고 처음하는 통화야 지금.. 그런데 전화 받자마자 나한테 따지는게 정상이니? 자살소동도 무턱대고 찾아간것도 미안하다. 아니 적어도 안부라도 묻는게 먼저 아니야? 니가 이러니까 명의이전 안해주는거야. 한번만 더 전화하면 보험 다 해지해버릴테니까 내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연락하지마." 뚝!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어. 그뒤로 X도 어머님도 연락은 없었어. X가 지병이 있으니 보험이 해지될까봐 무서웠겠지. 추후에 보험회사 직원분 통해서 명의 이전은 다 해줬어. 그렇게 나의 첫번째 결혼은 막을 내렸어. 이후에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일에 매달렸어. 나는 이 뒤에 행복해졌냐고? 글쎄.. 일을 하면서 기쁘고 보람된 순간도 많았지만 매우 혹독하게 인생공부를 하게 되었어. 마치 악의 소굴 같았던 그 곳에서 벌어진 나의 성장과 비극과 모든 희노애락... 그리고 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의 핵심인물들인 이빨 빠진 사자와 늙은 여우 두마리. 내 인생을 응원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의 이야기로 또 함께 울고 웃기를... 첫번째 결혼 Ep. END.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자살할 사람은 그렇게 티내지 않아." 그래.. 나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자살을 경험한 나였다. 늘 삶에 미련이 없다고 말했던 친구였지만..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긴 그때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모르게 우릴 떠났었다. "카카오스토리에 글 올린거 보면 그냥 관심 끌려고 그런거 같아.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동생의 위로를 뒤로 하고 한때는 나의 보금자리였던 그 곳으로 향했어. 그 곳에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고모님내외 그리고 X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모여 있었어. "그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시어머니의 물음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더라. "처음부터 다 말씀드릴게요.." 나는 X가 결혼 11개월만에 바람핀 것부터 2년이 넘게 거짓 직장생활을 했다는 것... 빚이 5억이 넘는다는 것까지 모두 털어놓았어. 모두가 날 추궁하듯이 쳐다보던 그 무거운 공기에 나는 말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어. 이야기를 마치고 얼굴을 들었는데... 정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시아버님의 표정... 나를 경멸한다는 듯이 쳐다보던 그 눈빛... "이만 가봐라." 고개를 돌리고 짧게 내뱉은 시아버님의 한마디..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꾸역꾸역 주워 담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나는 한참을 거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을 한없이 쏟아냈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웅웅- 울리는 진동벨. "네 언니.." "진애야. X.. 경찰이 찾았대" "어디서요...?" "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멀쩡하게 PC방에 있었데 글쎄" ".......다행이에요..." 미움보다 먼저 안심이 되었던건 내가 경험한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의미의 안심이었을까..? X의 자살소동은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나는 3일.. 그래, 딱 3일 동안 정말 많이 힘들어했어. '일하자.. 일에 집중하자.. 그래야겠어' 다시 회사를 출근하고 나는 워커홀릭이 되었어. 매일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어. 당연히 그만큼 성과도 좋았고.. 선배님들은 아이가 생기지 않은게 조상신이 도운거라며 이제 좋은일만 있을거라고 하셨지. 그렇게 또 한 달즈음 지난 어느날.. X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어.. "여보세요...?" "어! 아가~ 잠깐 통화 가능하니?" '아가...?' "무슨 일이신데요?" "저기... 그게 말이지...." 할아버님의 재산까지 모두 탕진한 터라 빚더미에 앉아 병원비가 없다.. 아픈 사람은 살리고 봐야하지 않겠냐.. 결국은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였어.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검사비랑 약값이랑 해서 300만원정도 필요한데.."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 대신 다시는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어머! 그래! 지금 바로 가능하니? 아이고 고맙다 아가~" "아가라는 표현도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하하.. 그렇지? 어쨌든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걸로 끝이에요. 연락하지 마세요." 연민.. 내가 너무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라 남아있던 감정이었겠지. 지금도 그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모든 걸 잃은 X를 가여히 여기는 내 마음이었을거야.. 그렇게 일주일 뒤. 웅웅- 울리는 진동벨. 또다시 그녀. "다시 연락하지 않기로 하셨잖아요." "미안하다~ 내가 꼭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바쁘니까 간단하게 얘기하세요." "아니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저 그럴 시간 없어요. 만날 이유도 없구요." 이 뒤에 들려온 소름끼치는 그녀의 말. "나 지금 너네 회사 1층이다. 니가 내려올래, 내가 올라갈까?"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우리... 이혼하자." 이 말은 상상도 하지 못헀다는 표정으로 나를 처다보는 남편. "진짜로...??" "응. 진짜로." 내가 진심이 아니면 내뱉지 않는다는걸 잘 아는 남편은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를 봤어. "그럼... 잠깐만...." 안방으로 들어간 남편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어. 오열하는 울음소리에서 나는 어떤 연민도 느끼지 못했어. 당시의 내 마음은 남편이 저지른 바람과 셀수도 없는 거짓말로 얼룩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울다 나온 남편이 내게 말했어. "알았어.. 이혼해줄게." 우리의 이혼은 의외로 아주 쉬웠어. 집은 전부 빚이었기 때문에 분할할 재산이 없었고 수원에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가 있었는데 거기에 들어간 돈 천만원과 타던 차를 위자료로 받았어. (그런데 이 차도 한달도 안되서 압류됨..하하...) 나는 천만원을 보증금 삼아서 월세방을 구해서 나왔고 아이가 없었던 우리는 합의이혼으로 금방 서류정리도 되었지. 마음이 너무 복잡해진 나는 친한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묵었어. 혼자 있는게 힘들었거든. 다음날 아침, 동생네 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소리. "네~ 언니~" "진애야... 지금 어디야?" "저 아는 동생네 집에와서 아침먹고 있어요" "그랬구나.. 혹시 너 X 소식 들었니?" "네? 무슨 소식이요?" "하... 지금 걔가 카카오스토리에 이상한 글을 쓰고 사라졌어." ".....네?" "전화 끊으면 스토리 확인해봐.. 그리고 진애야. 너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될것 같아." "왜요 언니.. 무슨 일인데요.." "너 이혼사유..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아무래도 밝혀야 할것 같아." 그래. 나와 X는 지인들이 꾀나 많이 겹쳐져 있었어. 그래서 X의 치부를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어. 지인들이 이혼사유를 물어보면 그냥 성격차이라고 둘러댔지. 그래도 한때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착한 X로 모두의 기억에 남길 바랬거든. "지금 사람들이 난리도 아니야. 너가 아픈 X를 돌보기 싫어서 너무 힘드니까 버린거다. 그 충격에 X가 이런 일을 벌인거다. 완전 너가 쓰레기 인것처럼 사람들이 떠벌리고 있어." "......." "진애야.. 그냥 다 밝혀. 걔 이미지 지키려고 니가 욕먹는건 아닌거 같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우선 스토리부터 들어가 볼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카카오스토리에 들어가 보았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무능력한 나쁜놈이다. 그래서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 결혼 생활 내내 힘들게만 하고 나같은 놈은 살 가치가 없다. 그래서 이제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투두둑- 슬픔의 눈물인지 분노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이 떨어졌어. "진짜... 이게 모야.....ㅠㅠ" 걱정어린 목소리로 무슨일이냐고 묻는 동생에게 대략적인 정황을 얘기하고 나는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어.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 남편의 바람, 병간호, 그리고 3년간의 거짓말...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먹잇감으로 삼지 말라는 말, 그리고 X를 부디 찾아달라는 부탁까지.. 남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어차피 1시간 이내에 내 글을 다 볼거라고 생각해서 딱 1시간만 올려놓고 글을 삭제했어. '끝까지 정말... 끝까지.....' 감정소모가 너무 심해서 지칠대로 지친 나는 소파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어, "언니..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좀 쉬어." 동생이 덮어준 이불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그때. 또다시 울리는 전화소리. 발신자는 시어머니. "여보세요...?" "얘! 지금 어디니?" "저 아는 동생네 와있는데 무슨 일이세요?" "무슨일이긴! X가 없어진거 아니 모르니?" "......." "당장 집으로 넘어와라!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알아야겠다." "...알겠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어. '그래.. 어른들께도 그냥 다 밝히자.." 나는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한때는 나의 보금자리였던 그 곳으로 향했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도대체 남편은 누구였을까...? 빚 없이 산 집의 90%가 저당잡혀 있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의 충격 그리고 남편에게 확인차 전화했을 때의 그 차가웠던 공기. "아~ 그거? 맞아, 내가 그랬어." 난 이때 남편의 목소리, 억양, 말투까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나. "그래? 알겠어, 이따 집에서 보자."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지만.. 내 몸은 그렇지가 못했어. 전화를 끊자마자 온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거든.. 마치 태풍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말이야... 너무 큰 충격에 입술이 메마르고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어. '꾸깃' 손에 쥔 등기부등본을 손에 꽉 쥔채로 나는 천천히 회의실 문을 열었어. 문을 열자마자 선배님 한분과 눈이 마주쳤어. '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내 판단 미스였어... 사색이 된 나를 보신 선배님은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셨어. "김진애FC? 괜찮아? 왜 이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어. "우선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아래로 내려가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잘 걷지도 못하는 나를 선배님이 겨우겨우 부축해서 1층으로 내려갔어.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일이야 대체?" "나.......남편이......남....거....거짓....으.....으윽...흐..흐으윽"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선배님의 모습에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어... 아... 선배님이 없었다면 집으로 갔을 텐데... 도와주시는 선배님이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운 감정이 밀려왔어... "안되겠다. 일단 카페에 가서 앉자. 이러다 쓰러지겠어." 하염없이 엉엉 울고 있는 나를 카페 의자에 앉히고 선배님은 따뜻한 차를 사 오셨어. "마시고 좀 진정해." 찻잔을 감싼 내 두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어.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이제 좀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래" ".......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다 거짓이었어요." 내 얘기를 들은 선배님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셨어. "아니.. 무슨! 하.. 어떻게 그런 일이..." 날 바라보는 안타까운 선배님의 눈빛.. 솔직히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위로가 아닌 걱정이었어.. 하필 남 얘기 하는 걸 업으로 삼는 선배님이셨거든.. 머리가 더 지끈거렸어..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무래도 집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겨우 정신을 붙들고 나는 집으로 향했어. 그날 저녁.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라고 했어. "취직한 거... 거짓말이었어..." "그럼 도대체 그동안 밖에서 뭘 한 거야?" "........" "매일 과장님, 부장님 얘길 했잖아. 그 사람들은 다 뭐야? 회식은...? 워크숍도 갔었잖아? 그게 다 거짓말이라고...?" "........" "뭐라고 말을 좀 해봐!" "........" 한참의 침묵이 흘렀어... 무거운 공기 속에 시계 초침 소리만 움직이고 있었어. '아... 이제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더 따지고 물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나는... 나지막하게 입을 떼었어. "우리... 이혼하자"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수취인 외 개봉 불가' 나는 천천히 우편물을 뜯어보았어. '국민건강보험공단?' 내가 보험 설계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건보료와 연금을 내라고 통지서가 날아오곤 했어. 남편은 일반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남편 이름으로 오는 일은 없었지. '왜 이게 남편 이름으로 왔지..?' 봉투를 열어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압류 예고 통지' 건보료가 1년 넘게 미납되어 있었어.. 4대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건보료를 밀린다니.. 말이 안 되잖아...?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물어봤어. "자기야.. 이런 게 왔던데?" 압류 통지서를 본 남편은 얼굴에 별다른 기색 없이 한숨을 푹 쉬었어. "아~~ 진짜~~ 이것 때문에 지금 회사 난리야ㅠㅠ" "왜? 무슨 일인데? "새로 들어온 총무가 전산 처리를 계속 잘못하고 있었더라고~~ 지금 회사 사람들 다 이거 통지서 받아서 난리 났어" 이 말을 믿었냐고? 그래.. 난 믿었어.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남편이잖아... 회사에서 해결 중이라고 했고 실제로 다음 달부터 고지서는 날아오지 않았어. 그렇게 다시 6개월이 흘렀어. '국민건강보험 수취인 외 개봉 불가' 하..... 또다시 6개월이 밀려서 날아온 고지서... "이거.. 해결된 거 아니었어..?" "아.. 진짜 회사 그만둬야하나ㅠㅠ 자기 걱정할까 봐 얘기 안 했는데 회사에 불이 났어ㅠㅠ" 거짓말.... 이번에는 나도 믿지 못하겠더라고.. 우선 그냥 알겠다고 하고 다음날 나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집 등기부등본을 떼어봤어. 왜였을까... 제일 먼저 머릿속에 든 생각이 집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겠다는 거였어. 우리는 결혼할 때 집도 차도 빚 없이 현금으로 샀거든. 설마... 제발.... 아니길 기도하며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는데... 1억 6천 넘게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는 거야.. (당시 오피스텔 가격이 1억 8천만 원이었어) 근저당권자는 은행도 2금융권도 아닌 000이라는 개인 이름... '아무도 없는 거 맞지?' 나는 고개를 돌려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 프린트한 등기부등본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갔어. '후... 후....'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어. "어! 자기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저기... 지금 내가 우리 집 등기부등본을 떼봤어..." "응????" "000이라는 사람 알아...?" "무슨 소리야? 난 모르는 사람인데?" "아니... 나 지금 등기부등본 떼어 봤다고!!!! 무슨 뜻인지 몰라???" 나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소리쳤어. "......" "000이라는 사람 이름으로 근저당 설정이 돼 있던데? 정말 몰라?" 순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사람 같은 목소리로 들려온 대답 "아~ 그거? 맞아, 내가 그랬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바람핀 걸 용서한 게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내가 멍청한 탓이었을까...? 남편은 직장에 잘 적응해 갔어. 다행히 회사 분들이 다 좋은 분들이라며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 갔지. 회식 자리에서도 아픈 곳이 있으니 술을 권하지 않아서 좋다고.. 워크샵을 가서도 아픈 남편에게 힘든 일은 시키지 않고 쉬게 해줘서 좋다고.. 과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부장님은 어떤 사람인지 매일 회사 얘기를 재잘거리곤 했어. 회사를 다닌지 1년 반즈음에는 대리로 승진도 하고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가는 거 같았지. 나도 보험회사에서 고객을 내려받기 시작했고 그런 고객님들을 살뜰히 관리해드리다 보니 제법 계약도 하게 되고 이제 좀 FC다운 태가 나기 시작했지. 그러던 어느 날 일이 좀 일찍 끝나서 3시쯤 집에 들어가게 됐어. 띠릭- 띠리리-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거실을 바라보니 소파에 남편이 앉아 있는 거야. "어? 왜 집에 있어?" 놀란 나를 보며 더 놀란 것 같은 남편의 눈동자. "아~ 집 맞은편에 세무서 있잖아? 거기 일처리하러 왔는데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해서.. 다되면 연락달라고 하고 집에 와서 쉬고 있었어." "그랬구나~ 그럼 미리 얘기해주지~" "일 끝나면 다시 회사 들어갈 거라 얘기 안했지" 2시간 뒤에 남편은 과장님과 통화를 하는듯 했어.. "과장님이 지금 복귀하면 어차피 퇴근 시간이니까 그냥 복귀하지 말라고 하시네?" "오~ 잘됐네^^ 우리 저녁 뭐 먹을까?" 그래...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잖아... 실제로 집 바로 앞에는 세무서가 있었고 남편이 하는 일은 회계관련 사무직이었고 과장님과 통화까지 하는데 의심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 후로 종종 세무서로 일보러 나올 때마다 남편은 집에 있다가 바로 퇴근하곤 했어. 그렇게 남편이 일을 시작한지 2년 반째 되던 어느 날... 우편함에 쌓여있는 우편물들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 나. 식탁에서 하나씩 우편물을 살펴보았어. '아.. 이번달 관리비 많이 나왔네.. 으으..' 얼굴을 찌푸리면서 다음 우편물을 보는데 남편 앞으로 온 우편물이었어. 두 눈에 들어온 빨갛고 크게 쓰여 있는 글자. '수취인 외 개봉 불가' 이게... 뭐지...??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싸한 기운이 몰려왔어. 나는 천천히 우편물을 뜯어보았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일상 생활이 불가한건 아니지만 최대한 무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3개월간의 병원생활이 끝나고 남편은 퇴원을 했어. 의사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에 남편은 집에서 요양하게 되었어. '하..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나는 집근처 보험회사에서 비서직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월급이 겨우 70만원이었어. 모아뒀던 3,000만원으로 어찌저찌 생활하고 있었는데.. 병원비에 고정비에 나가는 돈이 있다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더라고.. "처음 면접볼때도 얘기했지만 진애씨는 비서만 하기에는 아까운 인재인거 같은데 보험설계사를 해보는게 어때?" 팀장님이 매달 매달 제안을 주셨어. 설계사님들을 서포트하다 보니 그분들의 수입은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고 경력이 쌓이면 관리자로서의 비전도 있었지. 그런데 그런건 나를 움직이지 못했어. 그때는 그냥 영업을 하고 싶지 않았거든. 근데 참 아이러니하지? 어느날 팀장님께서 나에게 뱉은 한마디가 나를 밤새워 고민하게 만들었어. "이렇게 계속 얘기하는데도 안넘어오네? 근데 다 제쳐놓고 나랑 일하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재미라... 인생을 재밌고 즐겁게 사는게 내 가치관이었는데.. 어느 순간 재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더라고.. 뜬눈으로 밤을 샌 나는.. 다음날 팀장님께 말씀드렸어. "저.. 한번 해볼게요!" 그렇게 나는 보험설계사가 되었어. 남편의 건강도 조금은 나아졌어. 여전히 무거운 짐은 못들고 100m 이상만 걸어도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그냥.. 그냥 보면 아픈티 안나는 정도랄까... 어느날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쟈기야~~ 오늘도 고생했어~~" 나에게 닿은 남편의 손길... "뭐하는 거야?" "응? 우리 부부관계 안한지 꾀 됐잖아~" 순간 나는 얼굴이 싹 굳었어. "택배 상자 하나 못 들면서 관계할 힘은 남아있나봐?" 입밖으로 튀어나온 못된 말...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남편의 말에 내 눈은 경멸로 가득 찼어. 내 차가운 표정에 포기하고 잠든 남편.. 내 말이 그에게 상처가 됐겠지...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남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지 않았어.. 그렇게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어. 남편은 나혼자 고생하는거 같다며 자기도 일을 구해 보겠다고 면접을 보러 다녔는데 번번히 떨어지기 일수였어. 아무래도 산정특례환자로 등록되어 있다보니 회사에서 뽑아주지 않더라고.. "너무 속상해 하지마. 돈은 내가 벌면 되지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보험설계사가 되고 나서 첫 두달 빼고는 수입이 거의 없었어. 나는 걱정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남편은 자존감이 점점 바닥으로 떨어져가던 어느날.. "쟈기야! 나 합격했어!" 남편의 면접 합격소식. "진짜? 그동안 엄청 힘들어하더니.. 잘됐다 정말" 나는 진심으로 남편을 축하해 줬어. 이제 다시 시작해 보자. 모든게 다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이 생겼지. 그런데 인생은 나에게 참 가혹하더라.. 남편의 회사 합격이 최악의 비극을 알리는 서막이라는 걸 나는 알지 못했으니까...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지금 바로 이쪽으로 오실수 있나요?" "네.. 바로 갈게요." 남편이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어.. 구급차로 이송중이라는 말에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어. 너무 당황한 나는 우왕좌왕하면서 자켓을 걸치고 차키를 주머니에 넣었어. '용인 강남병원.... 강남병원...' 병원이름만 계속 되뇌이며 정신없이 도착한 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남편을 마주한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목이 메여서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어. 그 순간에는 말이야..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도 내가 너무 힘들었다는 사실도 아무것도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어. 그냥... 무사히 깨어 나기만 바랬어. "여기서 할 수 있는 검사와 조치는 다 했습니다. 혈전이 계속 생기는거 같은데 정확한건 큰 병원에 가셔서 정밀 검사를 더 받아보셔야 할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혈전이 돌아다니다가 심혈관을 막으면 안된다며.. 구급차로 다시 이동한 곳은 분당서울대병원이었어. 몇 주간의 계속되는 검사 끝에 밝혀낸 병명은 '폐동맥 고혈압" 100만 명당 2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 이 때부터 3개월간의 병간호가 시작됐어. 나는 병원에서 출퇴근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누군가를 간호한다는 일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걸 이 때 뼈저리게 알게 되었어.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휠체어에 태워서 산책을 가고 있는데 남편이 싱글벙글 엄청 신나하는 거야. "뭐가 그렇게 신나?" "자기가 매일 내 옆에 딱 붙어서 나만 케어해주잖아. 너무 좋아~" 있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왜 였을까.. 내 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이게 그렇게 즐거운가? 나한테 왜 계속 고통을 주는건데?' 순간적으로 내 감정이 컨트롤되지 않는거야.. 나는 휠체어 손잡이를 있는 힘껏 꽉 잡았어. '이대로 밀어버리고 싶다' 이런 못된 생각마저도 하게 되더라.. 그런데 있잖아.. 바람피고 쓰러진 남편.. 이건 이혼 사유가 아니였어. 오히려 잘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애썼거든. 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야.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우리 그만 연락하자' '어?' 다짜고짜 내연녀한테 전화해서 그만 연락하자고 하는 남편의 말에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답하는 그 여자. '나 유부남이야' '...어??' '나 유부남이라고.. 그러니까 그만 연락하자고' '아... 그래....? 알겠어' 이렇게 간단하더라. 이렇게 간단하고 허무할 관계를 처음부터 왜 만든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헤프닝이라고 하고 넘기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계속 살기로 했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다시 시할아버님 댁에 가지 않았다는 것. 가족 모임이 있을 때 빼고는 내가 스스로 가는 일은 없어졌지. 하기 싫더라고. 남편만 믿고 넋놓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바를 알아봤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보험회사 비서직을 뽑고 있더라고.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반부터 오후 3시반. 급여는 적었지만 힘들지 않은 일 같아서 면접을 보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 이 전에 일했던 콜센터는 전화로 영업을 하는 곳이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어서 급여가 적어도 업무강도가 낮은 곳으로 구하고 싶었거든. 그렇게 한 2개월 정도 업무에 익숙해질 때 즈음 나는 어느날처럼 3시반에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띠리리리리리- 울리는 전화소리. 모르는 전화번호. '여보세요??' '혹시 000님 배우자분 되실까요?' 낯선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남편의 이름.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이 뒤에 들려온 충격적인 얘기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어.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
왜.. 그런 날 있잖아. 이상하게 촉이 발동하는 날. 남편은 항상 나랑 같이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12시나 1시에 잠들곤 했어. 내가 올빼미 스타일이라 늦게까지 TV보는걸 좋아했는데 남편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늘 끝까지 같이 봐주는 사람이었어. 자기는 피곤하지 않다고 괜찮다며 거실에 날 혼자 두는걸 더 싫어했던 그런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그 날은 말이야. 한참 예능을 보고 있다가 피곤해서 먼저 자러 간다는 거야.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얼른 들어가서 쉬라고 했지. 근데 기척이라는게 있잖아. 안자는 거 같은거야. 방 안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거든. 그래서 TV를 끄고 방안에 들어갔어. 남편은 문을 등지고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방 프로필이 여자인거 같은거야. "잔다고 하지 않았어? 이 시간에 누구랑 그렇게 대화를해?" "아~ 내 친구. 00이랑 톡하고 있었어. 별거 아니야." 친구 00이는 나도 아는 친구였어.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남자야. 내가 그 친구의 프로필을 모를리가 없지. 분명 다른 프로필인데 거짓말을 하는거 같았어. 그날은 일단 자고 다음날 아침.. 남편이 씻으러 간 사이. 나는 남편의 핸드폰을 열어보았어. 어제 본 프로필 속 주인공은 어린 여자였고 몸매도 좋더라. (카톡 프로필 사진이 쭉빵여신이었음) 카톡 내용은 남편이 데이트 하자고 조르는 내용. 이전 대화까지 쭉 훑어본 나는 너무 기가차서 어이가 없더라고... 샤워를 끝내고 나온 남편에게 나는 그 애가 누구냐고 소리쳤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보던 남편.. 나는 핸드폰을 던져버렸어. "그게 아니라..." 뭔가 변명을 하려는 남편의 말을 딱 잘랐어. "됐고.. 핸드폰 그대로 두고 일단 출근해. 다녀와서 얘기하자." 단호한 표정과 싸늘한 말투에 어쩔줄 몰라하다가.. 출근한 남편... 핸드폰을 주워들고 거실로 나간 나는... 미친년처럼 통화내역, 문자, 카톡까지 다 뒤지기 시작했어.. 눈물이 투두둑.... 바닥에 앉은채로 몇시간을 울었는지 통창으로 들어오던 햇빛은 사라지고 어둠과 적막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지... 퇴근해서 집으로 온 남편은 폐인처럼 힘없이 앉아있는 나를 보고 어쩔줄을 몰라하더라.. "내가.. 널... 외롭게 했어?" 질문을 듣자마자 흐느끼는 남편.. 'ㅅㅂ 니가 왜울어!!'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누르고 침착하게 물어봤어. "왜... 그랬어? 왜....?" 남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직도 내가 먹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더라. 나에게도 그여자에게도 그냥 나쁜새끼잖아 이건...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고 생각했어. 그리고 질문했지. "하.... 이혼할래? 아니면 그 여자를 정리할래?" #모모에세이 #논픽션리얼드라마 #매주일요일밤업데이트